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1927)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1927)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1939)
많은 사람들이 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가 ‘날개 (Wings, 1927)’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가 ‘날개’외에 또 다른 영화가 하나 더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사실 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두 개의 작품상 부문이 있었는데,
‘날개’가 “탁월한 작품(Outstanding Picture)”으로, 그리고 ‘선라이즈’가 “독특하고
예술적인 작품(Unique and Artistic Picture)”으로 작품상을 수상했었다. 하지만 이듬해
“독특하고 예술적인 작품” 부문이 폐지되면서 ‘날개’가 공식적인 첫번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 된 것이다.
만약 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오늘날과 같이 아카데미 작품상이 한 영화에게만 주어졌다면
아마도 ‘선라이즈’가 첫번째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영광을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선라이즈’는 ‘날개’에 비해 작품성이 뛰어난, 그리고 오늘날에도 명화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이다.
‘선라이즈’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7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10주년 기념판 (AFI’s 100 Years…100 Movies 10th Anniversary Edition)”에서 82위에 랭크되어 있다.
‘선라이즈’는 무성 영화이긴 하지만 음향 효과를 최초로 사용한 영화이다.
기존의 무성 영화에서는 배경 음악이 영화 화면과 함께 흘러나오기는 하지만, 영화 화면의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이 흘러나왔다.
즉 배경 음악 따로, 영화 화면 따로였다. 하지만 ‘선라이즈’에서는 오늘날의 영화에서처럼 영화
화면의 상황에 맞는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온 여자(Margaret Livingston)의 유혹에 넘어간 남자(George O’Brien)가
아내(Janet Gaynor)를 살해하려는 장면에서 무거운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공포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배경 음악에 기차의 기적 소리나 종소리 같은 효과음이 영화 화면의 상황에 맞게 삽입되어 있다.
‘선라이즈’는 음향 효과의 최초 사용이라는 선구적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나온,
유성 영화 시대를 연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재즈 싱어 (The Jazz Singer, 1927)’의 그늘에 가려졌다.
‘선라이즈’는 작품성이 뛰어난, 그리고 음향 효과를 최초로 사용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날개’와
‘재즈 싱어’의 그늘에 가려진 불운한 영화이다. ‘선라이즈’는 개봉 당시에 흥행에도 실패했다.
‘선라이즈’를 연출한 F.W. 무르나우 감독은 흡혈귀 영화인 ‘노스페라투 (Nosferatu, eine Symphonie des Grauens Nosferatu, 1922)’와,
자막 없이 영상만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마지막 웃음 (Der Letzte Mann, 1924)’을 연출한 독일의 영화 감독으로,
무성 영화 시기의 가장 중요한 운동이었던 독일 표현주의를 확립한 영화 감독이다. 영화 제작사 20세기 폭스사의 전신인
폭스 영화사를 설립한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윌리엄 폭스는 영화 연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F.W. 무르나우 감독을 할리우드로 데려온다. ‘선라이즈’는 F.W. 무르나우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두 사람의 노래’라는 부제가 달린 ‘ 선라이즈 ‘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한 시골 남자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도시에서
온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 아내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차마 아내를 죽이지 못한 남자는 이내 아내를
죽이려 한 것을 후회하고, 도시로의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되찾는다. ‘선라이즈’의 이야기의 단순함은 오히려
영화의 이야기에 보편성을 부여하고 있다. ‘선라이즈’의 이야기는 우화에 가깝다. 영화도 “혼란한
도시든 야외의 시골이든 해가 뜨고 지는 곳이면 인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야기의 보편성을 위해 등장 인물들에게 특별한 이름도 붙여주지 않고 있다.
단순한 영화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선라이즈’는 오늘날 보아도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