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1960)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1960)
파리의 미국인 (An American in Paris, 1951)
빌리 와일더 감독이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 (Brief Encounter, 1945)’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는
자신의 아파트를 회사의 상사들에게 불륜의 장소로 제공하고, 자신은 이를 이용하여 승진을 하는 한 남자의
기발하지만 다소 부도덕해 보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게 이끌어가고 있는 영화이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현대의 성문화를 비판하고, 특히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를 착취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여
지금은 오히려 리얼리스트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영화 기술이 들어간 화려한 화면보다는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위주의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한데
특히 특이한 소재를 영화의 이야기로 다루어 영화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영화감독이다.
화려한 화면들은 관객들이 영화의 스토리에 집중을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그의 영화 철학은 그의 오랜 영화 작가 생활에서 나온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감독과 각본을 함께 담당한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도 그의 영화 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감독상과 각본상뿐만 아니라
제작자로서 작품상까지 수상하여, 한 영화로 3개의 아카데미상을 한꺼번에 수상하게 된다.
지금은 오히려 리얼리스트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두 남녀 배우 잭 레몬과 셜리 맥클레인의 연기는 일품이다.
잭 레몬은 부도덕하고 무능력해 보이는, 그래서 관객들로부터 결코 동정을 받을 수 없는 C.C. 백스터(Jack Lemmon) 역을 맡아 휴머니티
가득한 연기로 관객들의 동정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자칫 천박해질 수도 있는 영화를 명화로 승화시켰다.
프랜 쿠벨릭(Shirley MacLaine) 역의 셜리 맥클레인은 후에 나이가 들어 출연한 ‘애정의 조건 (Terms of Endearment, 1983)’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데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젊었을 때의 매력을 한껏 보여 주고 있다.
뉴욕의 큰 보험회사의 평범한 직원인 우리의 C.C. 백스터는 오늘도 회사의 상사에게 자기 아파트를 빼앗기고 추운 겨울밤 거리를 헤매고 있다.
백스터는 같은 회사에서 엘리베이터 걸로 일하는 프랜 쿠벨릭을 흠모하고 있다.
백스터는 자신의 아파트를 빌려 바람을 피우는 상사들의 도움으로 승진을 하게 된다.
우리의 C.C. 백스터가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