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Notorious 1946
오명 Notorious 1946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새 영화를 찍을 때마다 새로운 영화 기술에 대한 도전을 즐긴, 실험 정신이 강한 영화감독 중 하나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공포나 불안,
긴장과 같은 감정들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영화 기술들을 창조, 발전시켰다.
데블린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아버지가 20년의 징역형을 언도받은 날 밤, 알리시아는 마이애미 방갈로에서 게스트들과 술을 마신다.
말없이 의자에 앉아 있는 데블린의 뒤에서 촬영한 장면은 데블린의 뒤통수만을 보여 주고,
데블린 앞에서 게스트들과 술을 마시는 알리시아를 보여 주는데, 뒤통수만을 보여 주는 이 남자가 대체 누구인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알리시아가 숙취를 느끼는 상태에서 데블린을 보는 장면도 인상적인데,
침대에 엎드려 누워 있는 알리시아의 관점에서 보는 듯, 문에 기대어 서 있는 데블린을 비스듬히 기울어진 화면을 통해 보여 준다.
그리고 데블린이 침대에 누워 있는 알리시아에 다가가자 화면이 180도 회전하면서 거꾸로 뒤집힌
상태에서 알리시아를 쳐다보는 데블린을 보여 주는데, 관객들도 알리시아가 느끼는 숙취를 느끼는 듯하다.
데블린은 자신이 직접 알렉산더의 집 지하 와인 저장실을 조사하기 위해, 알리시아에게 알렉산더를 설득해서
리셉션을 열게 하고, 자신을 리셉션에 초대하는 한편, 알렉산더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지하 와인
저장실의 열쇠를 손에 넣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카메라가 리셉션이 벌어지고 있는 홀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서, 홀에서 데블린을 기다리고 있는 알리시아의 손을 향해 곧장 내려와,
알리시아의 손에 쥐어진 지하 와인 저장실의 열쇠를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성대한 리셉션이 벌어지는 동안 데블린과 알리시아는 지하 와인 저장실을 조사하고, 거기서 와인병으로 위장한 병에 숨겨둔 우라늄광을 발견한다.
‘오명’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당시 영화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장면으로 유명했던 데블린과 알리시아의 키스 장면이다.
롱 테이크로 촬영한 데블린과 알리시아의 키스 장면은 알리시아의 아파트 테라스에서의 키스를 시작으로,
데블린이 폴 프레스콧의 부름을 받고 아파트를 떠날 때까지 2분 40초 동안 계속된다.
물론 데블린과 알리시아가 2분 40초 동안 내내 입맞춤을 하지는 않는다.
당시 미국 영화 검열 제도는 3초 이상의 키스 장면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데블린과 알리시아는 아파트 테라스에서 전화기로, 전화기에서 아파트 문으로 이동하는 동안 내내 서로 포옹을 한 채,
3초 이내의 키스와 짧은 대화를 번갈아 한다. 이런 식으로 2분 40초 동안 계속되는 데블린과 알리시아의 키스 장면은 오히려 더 야한 느낌을 준다.
이는 벌거벗은 모습보다는 옷을 입은 듯 만 듯한 모습이 오히려 더 야한 느낌을 주는 것과도 같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그들의 엄마와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