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 (King Kong, 2005)
킹콩 (King Kong, 2005)
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 1975)
메리안 C. 쿠퍼 감독과 어니스트 B. 쇼드색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오리지널 ‘킹콩 (King Kong, 1933)’ 이후 수많은 킹콩 영화들이 만들어졌지만
그중에서 오리지널 ‘킹콩’을 리메이크한 영화는 존 길러민 감독의 ‘킹콩 (King Kong, 1976)’과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다.
그리고 이 두 영화 중에서도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 오리지널 ‘킹콩’을 가장 충실하게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그렇다고 해서 피터 잭슨 감독이 오리지널 ‘킹콩’을 똑같이 리메이크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피터 잭슨 감독은 특수효과는 물론이고, 오리지널 ‘킹콩’의 어설픈 각본까지 잘 다듬어 오리지널 ‘킹콩’을 정말 멋진 영화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피터 잭슨 감독은 9살 때 오리지널 ‘킹콩’을 보고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웠으며, 영화 감독이 되고 나서도 오리지널 ‘킹콩’을 리메이크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3부작이 흥행 대박을 터뜨리자 곧바로 제작에 들어간 영화가 ‘킹콩’이다.
‘킹콩’과 오리지널 ‘킹콩’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특수효과이다.
굳이 특수효과에서 차이가 난다라고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72년이라는 시간 차이만큼이나 당연히 차이가 나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킹콩’이 보여주는 특수효과는 정말 놀랍다.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캐릭터인 골룸(Andy Serkis)을 연기한
그리고 ‘킹콩’에서는 요리사 럼피(Andy Serkis) 역으로도 출연하는 앤디 서키스의 고릴라 연기를 바탕으로 하여
CGI로 창조된 콩(Andy Serkis)은 크기만 큰 진짜 고릴라처럼 보이고, 또 진짜 고릴라처럼 행동한다.
콩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심지어 표정까지 드러난다.
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동이 트는 광경을 앤 대로우(Naomi Watts)와 함께 하는 장면에서 콩이
앤과 함께 있는 것이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아는 듯 콩의 표정에서 불안감이 느껴진다.
또한 피터 잭슨 감독은 CGI를 이용하여 놀라운 특수효과 장면들을 연출하였다. 콩에게 잡혀간 앤을 구하러 가는 잭 드리스콜(Adrien Brody) 일행이
사나운 드로마에오사우루스 떼에 쫓겨 거대한 브론토사우루스 떼와 함께 협곡을 달리는 장면, 콩과 세 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가 앤을 두고 싸우는 장면
그리고 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복엽기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정말 경이롭다.
그리고 앤과 콩이 해골섬에서 일몰의 광경을 함께 하는 장면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동이 트는 광경을 함께 하는 장면은 앤이 콩에게 하는 대사처럼 너무나 아름답다.
‘ 킹콩 ‘의 이야기는 오리지널 ‘킹콩’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비약적이고 설득력이 없었던
오리지널 ‘킹콩’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다듬어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킹콩’의 앤과 콩 사이에는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없었던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있다.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앤(Fay Wray)에 대한 콩의 감정만 있고, 앤은 영화 내내 콩을 보면 비명만 질러댄다.
오리지널 ‘킹콩’에서 앤은 오히려 1등 항해사인 잭(Bruce Cabot)과 사랑에 빠지는데, 이 앤과 잭의 사랑도 너무 급진적이어서 설득력도 없고 감동 또한 없다.
‘킹콩’의 앤은 오리지널 ‘킹콩’의 앤이 보지 못한 콩의 내면을 본다.
앤은 콩이 자신을 해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콩에게 여러 가지 묘기를 보여주며 콩의 환심을 산다.
콩은 앤을 마치 자신이 보호해 주고 지켜 주어야 할 펫 –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콩이 앤을 여자로 생각하고
그래서 조금은 기괴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 처럼 생각하고, 실제로도 여러 위험으로부터 앤을 보호해 주고 지켜 준다.
앤도 자신을 보호해 주고 지켜 주는 콩에게 서서히 의지하게 된다.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1등 항해사였던 잭을 ‘킹콩’에서는 극작가로 바꾸고, 또한 앤과 잭의 관계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앤이 단지 극작가인 잭의 팬으로서 잭을 좋아하는 관계로 바꾸어, 상대적으로 앤과 콩의 관계를 좀더 부각시키고 있다.
‘킹콩’에서 앤과 잭은 오리지널 ‘킹콩’에서와는 달리, 콩을 무대에 세운 칼 덴햄(Jack Black)의 쇼에 출연하지 않는다.
앤과 잭은 콩을 무대에 세워 돈을 벌기 위해 콩을 해골섬에서 뉴욕으로 생포해 온 칼의 행동이 콩에게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콩에 대한 동정심이 ‘킹콩’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콩이 복엽기와 사투를 벌이다 결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킹콩’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리지널 ‘킹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