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움직이는성 (ハウルの動く城, 2004)
하울의움직이는성 (ハウルの動く城, 2004)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울의움직이는성 이전에 본 일본 애니메이션은 어렸을 때
텔레비전을 통해 본 ‘은하철도 999 (銀河鐵道999, 1978)’와 ‘미래소년 코난 (未來少年 コナン, 1978)’이 전부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미래소년 코난’을 만든 감독이라는 사실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그림이 ‘미래소년 코난’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채고서야 알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영국 작가 다이애나 위니 존스의 동명의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 무대는 애니메이션 영화답게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세계이다.
마법사들이 일반인들에게 필요한 마법을 물건 팔 듯 팔기도 하고, 하늘에는 비행선들이 날아다닌다.
소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자 가게에서 쉴 틈 없이 일만 하는 18세 소녀다.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동생 레티와, 활기가 넘치는 엄마와는 달리, 소피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도 없고,
자신을 꾸밀 줄도 모르고, 꿈도 미래도 없이 그저 아버지가 아끼시던 모자 가게에서 일만 하며 남은 평생을 보내려는 듯 따분한 삶을 살고 있다.
소피는 레티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군인들 때문에 곤경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마법사 하울이 나타나 소피를 구해 준다.
황무지의 마녀의 부하들에게 쫓기고 있던 하울은 소피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라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울의 심장을 노리는 황무지의 마녀는 소피의 모자 가게에 나타나 소피에게 저주를 내려 소피를 90세 노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노인이 되어 버린 소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가출을 하고, 황무지를 헤매다 우연히 만난 “순무 머리” 허수아비의 도움으로 하울의 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울의 성에서 하녀로 지내게 된 소피는 하울과, 하울의 성을 움직이는 악마의 불 칼시퍼가 저주스런 계약으로 서로에게 묶여 있으며,
저주에 걸린 하울은 점점 괴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울을 사랑하게 된 소피는
하울과 칼시퍼 사이의 계약의 비밀을 알아내어 하울과 칼시퍼가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사랑이다. 인생을 다 산 노인처럼 꿈도 미래도 없이 따분한 삶을 살던 소피는
황무지의 마녀의 저주로 진짜 노인이 된다. 하지만 소피는 하울의 성에서 하녀로 지내면서 자신이 하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감에 따라 점차 노인의 모습에서 중년 여인의 모습으로, 그리고 급기야 소녀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스스로 저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반전주의자이자 환경주의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사상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 속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는 원작 소설과는 달리 이웃 왕국의 왕자의 실종으로 시작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반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울은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밝힌다.
소피가 지나가는 군함을 보고 하울에게 묻는다. “적의 군함인가요, 우리 군함인가요?” 하울이 대답한다. “무슨 상관이야…미친 살인자들일 뿐이야.”
또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하울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칼시퍼가 제공하는 동력으로 황무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하울의 성은 자유롭게 살고 싶은 하울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다.
소피는 움직이는 하울의 성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한다.
소피는 아름다운 자연으로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상해. 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은 처음이야.”
자신이 하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완전히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온 소피는 하울이 준 반지에서 나오는
불빛이 가리킨 신비한 문을 통하여 하울의 어린 시절로 가게 되는데, 마침내 하울과 칼시퍼 사이의 계약의 비밀을 알게 된다.
소피는 현실로 돌아오기 직전에 하울과 칼시퍼에게 외친다. “하울! 칼시퍼! 나야, 소피! 이제야 너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았어. 미래에서 날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