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7인 (The Magnificent Seven, 1960)
황야의 7인 (The Magnificent Seven, 1960)
미국과 멕시코 국경 근처의 한 작은 멕시코 마을에 칼베라(Eli Wallach)가 이끄는 도적떼가 나타나 양식을 약탈해 가고, 마을 사람들을 괴롭힌다.
견디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총을 사서 도적떼와 맞서 싸우기로 결정을 내린다.
총을 사러 국경 근처의 한 마을에 온 힐라리오(Jorge Martinez de Hoyos) 일행은 우연히 총잡이 크리스(Yul Brynner)를 만나게 되고, 크리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크리스는 총 한번 쏘아보지 못한 이들에게 총을 사는 대신 총잡이들을 구해보라고 제안한다.
이들을 딱하게 여긴 크리스는 이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도적떼와 싸울 총잡이들을 구하러 다닌다.
‘황야의 7인’은 일본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1954)’를 존 스터지스 감독이 리메이크한 서부 영화이다.
존 스터지스 감독의 대표작들 – ‘배드 데이 블랙 록 (Bad Day at Black Rock, 1955)’, ‘OK 목장의 결투 (Gunfight at the O.K. Corral, 1957)’,
‘대탈주 (The Great Escape, 1963)’ – 을 보면 재미는 있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은 아니다.
‘황야의 7인’ 또한 흥행에는 대박을 터뜨린 영화이지만 작품성은 없다.
하지만 원작인 ‘7인의 사무라이’는 1954년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고
외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957년 2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술상과 의상상의 2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랐으며
최근에는 영국의 영화 전문 잡지 엠파이어(Empire)가 영어 이외의 언어로 제작된 영화를 대상으로 선정한
“최고의 월드 시네마 100 (The 100 Best Films of World Cinema)”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영화이다.
아직 ‘7인의 사무라이’를 보지 않아서 ‘황야의 7인’이 ‘7인의 사무라이’를 어떻게 리메이크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황야의 7인’만 놓고 보아도 원작보다는 작품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7인의 사무라이’는 등장 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의 설정과, 각 캐릭터에 대한 치밀한 묘사로 유명한 영화이다.
‘7인의 사무라이’에서 보여주는 등장 인물들의 서로 다른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새로운 영화 형식의 창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획기적이었으며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은 ‘황야의 7인’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리스가 도적떼와 싸울 총잡이들 – 해리(Brad Dexter), 빈(Steve McQueen), 베르나르도(Charles Bronson)
브릿(James Coburn), 리(Robert Vaughn), 치코(Horst Buchholz) – 을 구하는 과정과 함께 차례로 보여주는 이들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묘사는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이와 함께 마을을 구하러 온 영웅과 마을 처녀와의 사랑
마을의 어린 아이들과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도 영화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어 관객들의 흥미를 끄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황야의 7인’이 원작의 작품성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영화의 이야기에,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주제가 없기 때문이다.
도적떼와의 싸움에 겁을 먹은 일부 마을 사람들이 크리스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하자, 크리스가 마을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마을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도 이 장면을 통해 ‘7인의 사무라이’에서 보여준
신의와 명예를 중요시하는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이야기하는 듯하나, 존 스터지스 감독이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깊이가 없다. 또한 정착하지 못하는 총잡이의 허무한 삶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역시 깊이가 없고, 영화의 이야기와 어우러지지 않아 어색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