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1989)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1989)
“If you build it, he will come.”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
난 ‘꿈의 구장’을 볼 때마다 벅찬 감동을 느낀다.
레이 킨셀라(Kevin Costner)가 그토록 그리워한 아버지 존 킨셀라(Dwier Brown)와 공받기를 하는 ‘꿈의 구장’의 마지막 장면은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꿈의 구장’은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이긴 하지만 스포츠 영화는 아니다.
‘꿈의 구장’은 ‘꿈의 구장’이라는 영화의 제목이 암시하듯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판타지 영화이다.
레이가 자신의 옥수수밭에 만든 야구장은 꿈이 이루어지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꿈의 구장’은 영화를 보는 동안 계속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동화 같은 영화이다.
아이오와주에서 옥수수밭을 일구며 아내 애니 킨셀라(Amy Madigan)와 딸 캐린 킨셀라(Gaby Hoffmann)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을 사랑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36살의 평범한 농부인 레이는 어느날 옥수수밭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
레이는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만들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우상이기도 했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슈리스
조 잭슨(Ray Liotta)이 올 것이다라는 계시에 따라 옥수수밭을 갈아엎고 야구장을 만든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정말로 슈리스 조 잭슨이 레이가 만든 야구장에 나타난다.
슈리스 조 잭슨(Shoeless Joe Jackson)은 실존 인물이다.
‘꿈의 구장’에서 레이의 대사를 통해서도 언급되지만, 조 잭슨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타율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3할 5푼 6리를 기록한 선수이다.
조 잭슨은 마이너리그 선수 시절에 새로 산 신발이 맞지 않아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경기에 임했는데,
이때부터 “슈리스 조(신발을 신지 않은 조)”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통산 타율이 역대 1위인 타이 콥(Ty Cobb)은 조 잭슨을
역사상 최고의 좌익수라고 말했으며, 홈런왕 베이브 루스(Babe Ruth)는 자신의 타법은 조 잭슨의 타법을 모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잭슨은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도박사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게 되고,
결국 야구 위원회는 조 잭슨을 포함한 8명의 선수들을 영구 제명하기로 결정한다.
조 잭슨은 1951년 6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결백을 주장했는데,
실제로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조 잭슨의 타율은 3할 7푼 5리였으며,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다.
조 잭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야구 위원회의 결정은 최고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었을 그의 꿈을 빼앗은 것이나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어쨌든 적어도 ‘꿈의 구장’에서는 조 잭슨이 승부 조작에 가담했는지 안 했는지는 영화의 이야기에 영향을 줄 만큼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꿈의 구장’의 이야기는 영구 제명된 슈리스 조 잭슨을 포함한 8명의 선수들이 남은 평생을
야구를 그리워하며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전제로 하고 있다 – 실제로도 그랬을 것이다.
‘꿈의 구장’에서 8명의 선수들은 레이가 만든 야구장에 나타나 야구를 하는데, 레이는 8명의 선수들에게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게 해준 셈이다.
레이는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또다른 계시에 따라 60년대에는 유명한 인권과 반전 꿈의 구장 운동가였지만 지금은 보스톤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
테렌스 만(James Earl Jones)을 찾아간 레이는 테렌스 만과 함께, 1922년 뉴욕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8회말에 우익수로만 출전하고, 타석에는 서 보지도 못하고 야구 선수의 꿈을 접은 닥터 아치볼드
“문라이트” 그레이엄(Burt Lancaster)을 찾아 미네소타로 간다. 레이는 어릴 때의 모습으로 나타난 아치
그레이엄(Frank Whaley)을 데리고 자신이 만든 꿈의 구장으로 돌아온다 –
아치볼드 “문라이트” 그레이엄(Archibald “Moonlight” Graham)도 실존 인물이다.
문라이트 그레이엄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 영화에서는 1922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
1905년에 뉴욕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우익수로 출전한 게 전부다. 그리고는 의사가 되었다.
레이는 이상한 소리에 이끌려 옥수수밭에 야구장을 만들고, 슈리스 조 잭슨을 포함한 8명의 선수들과 테렌스 만,
그리고 아치볼드 “문라이트” 그레이엄에게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게 해주었지만,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레이는 그토록 그리워한 아버지 존 킨셀라를 만나게 된다.
슈리스 조 잭슨이 존 킨셀라를 가리키며 레이에게 말한다. “그것을 만들면 그가 올 것이다.”
레이가 슈리스 조 잭슨에게 이상한 소리의 주인공이 당신이었냐고 묻자 슈리스 조 잭슨이 대답한다. “아니, 레이. 바로 당신이었어.”
야구는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꿈의 구장’이 야구를 소재로 택한 이유가 농장을 팔지 말라고
레이를 설득하는 테렌스 만의 대사 속에 있다. “…지난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야구였어.
미국은 기관차처럼 굴러갔고, 칠판처럼 지워졌고, 세워지면 다시 지워졌지. 하지만 야구만큼은 시대를 초월했어.
야구장과 야구는 우리 시대의 일부분이야, 레이. 좋았던 시절을 상기시켜 주고 그 좋았던 시절이 다시 올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