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 1965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 1965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그리
내전의 격동 속에서 시인이자 의사인 유리 지바고의 방황과 고독 사랑을 그려냅니다
1956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혁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에 러시아 내에서는 출간이 불허된 채 1957년 이탈리아에서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이 작품으로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소련 당국과
작가 동맹의 압력을 받으며 수상을 거절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작가 동맹에서 제명되고 생계수단을 잃었으며 러시아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모국을 떠나는 것은 죽음과 같다는 호소문을 흐루시초프에게 보내 추방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1960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8년이 지난 1988년에야 닥터 지바고가 러시아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영화 닥터 지바고는 원작 소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직접 읽어보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러시아
혁명과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30년 넘게 출판 금지를 받은 만큼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주로 유리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 이야기로 전개되어 결과적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불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소설의 주요 메시지를 전적으로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러시아 혁명 전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등장하며 유리 지바고를 통해 혁명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흐릿하게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라라와 코마로브스키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과 러시아 민중들의 시위가 교차 편집되어
혁명 전의 불평등한 사회를 암시하며 얼어붙은 군인의 시체를 통해 참혹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유리 지바고는 혁명 전보다 어려워진 삶에 절망하며 개인적인 감정조차 표현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합니다
그는 비밀경찰인 이복형에게 자신의 시로 인해 숙청 대상이 되었다는 경고를 받고 가족과 함께 우랄산맥의 바리끼노로 숨어 가기로 결심합니다
이동 중 내전으로 파괴된 마을과 비참한 삶을 목격하고 빨치산에게 포로로 잡혀 군의관으로 참전하며 내전의 참상을 경험합니다
소설에서는 유리 지바고의 라라에 대한 사랑이 그가 겪는 방황과 정신적 고독에 잘 결합되어
설득력 있게 나타남을 알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 사랑이 불륜으로 보일 뿐입니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도 모른 척하며 이해하려던 토니아를 통해 관객들이 유리 지바고의 사랑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하려 하지만 반대로 그녀마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는 데이비드 린 감독과 각색자 로버트 볼트의 부족함보다는 제한된 영화 시간 내에 복잡한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특성상의 한계 때문으로 보입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장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롱 숏으로
담아내는 데 능숙한 연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리 지바고가 아내 토니아를 속이고 라라와의 불륜에 빠지는 닥터 지바고 이야기는 매혹적이지만 영화 자체의 영상미는 엄청나게 아름답습니다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기차를 롱 숏으로 촬영하거나 눈과 얼음으로 덮인 저택 속에서 느끼는 심리적 긴장감과 모순되게 아름다운 풍경은 그 자체로 인상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