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President’s Men, 1976)
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President’s Men, 1976)
‘대통령의 사람들’은 미국에겐 커다란 정치적 오점으로 남아있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워싱턴 포스터지의
두 기자 칼 번스타인(Carl Bernstein)과 밥 우드워드(Bob Woodward)가 쓴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사회 비판과 스릴러 장르로 정평이 나 있는 알란 J. 파큘라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잘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알란 J. 파큘라의 연출력과 두 명배우 더스틴 호프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력으로 워터게이터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의 이야기를 시종 일관 스릴있게 이끌어 가고 있다.
‘대통령의 사람들’을 스릴있게끔 만드는 요소를 들자면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칼 번스타인(Dustin Hoffman)과 밥 우드워드(Robert Redford) 기자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여 주는
기자로서의 투철한 직업의식을 알란 J. 파큘라 감독 특유의 연출력으로 굉장히 흥미있게 보여 주고 있다.
메모지에다 취재한 사람들이 한 말 – 심지어 감탄사나 욕까지도 – 들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기록하는 장면들과,
취재한 사람의 말투를 바탕으로 캐리커쳐까지 그려가면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끄집어내려고 하는 장면,
그리고 관련 인물들을 끝까지 찾아내어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장면들에서 관객들은 기자들의 치밀함과 집요함에 감탄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묘한 매력까지 느끼게 된다.
둘째로는 벤 브래들리(Ben Bradlee, Jason Robards) 편집장의 편집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냉철한 판단력이 제이슨 로바즈의
연기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특종이라 하더라도 자료가 불충분한
기사는 신문에 싣지 못하게 한다거나, 자기 기자들을 끝까지 믿어주는 벤 브래들리 편집장의 모습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이슨 로바즈는 벤 브래들리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다.
마지막으로 밥 우드워드에게 정보를 주는 의문의 사나이 “Deep Throat”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와 두 기자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실제로 30년동안 “Deep Throat”이 누군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2005년에서야 FBI의 부국장을 지낸 W. 마크 펠트(W. Mark Felt)였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영화에서도 얼굴을 잘 보여 주지 않는다.
밥 우드워드가 ‘Deep Throat’에게 모든 사람들이 연루되었다는 확답을 듣고 칼 번스타인과 함께 벤 브래들리 편집장을 찾아가 보고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이다. 특히 이 장면에서 브래들리 편집장의 언론의 자유와 나라의 장래에 대한 대사는 이 영화의 주제를 대변하고 있다.
닉슨 대통령의 취임식을 생중계하는 TV와, 닉슨이 대통령직을 사임하게 되는 직접적 원인이 되는 기사를 쓰고 있는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두 기자의 모습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결국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기자의 진실을 향한 끈질긴 노력으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되고,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는 언론계의 영웅이 된다.
이 날을 미국 정치계에서는 미국 정치의 커다란 오점을 남긴 날로, 언론계에서는 언론과 자유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