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야기 東京物語 1953

동경이야기 東京物語 1953

동경이야기 東京物語 1953

동경이야기 東京物語 1953

라쇼몽 羅生門 1950

인생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언니와 오빠들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교코에게 노리코가 말한다.

“…자식들은 크면 부모의 품에서 떨어지게 되죠. 여자도 시게와 같은 나이가 되면 부모와는 별도로 그녀 자신만의 인생이 있죠.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아요. 그들도 돌보아야 할 각자의 인생이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인생이 그러하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나 영화 속 노부부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슈키시는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 산페이 누마타(東野英治郎, Eijiro Tono)와 술을 마시면서 자기 아들도 변했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오노미치로 돌아가는 길에 오사카에서 사는 셋째 아들 케이조(大坂 志郎, Shiro Osaka)의 집에 들른 노부부는 손주들보다는

그래도 자식들이 좋다고 말하면서 애써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을 숨긴다. 교코가 노리코에게 말한다. “인생 참 실망스럽네요.”

‘동경이야기’의 영상 또한 영화의 이야기만큼이나 단순하다. ‘동경이야기’를 보면 카메라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은 실내 장면이 많은 ‘동경이야기’의 거의 모든 장면을 바닥에서 60cm 정도의 높이에 고정된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다다미 숏”이라고도 불리는 이 촬영 기법은 관객들에게 마치 다다미에 앉아 사람 사는 구경을 하는 느낌이 들도록 해 준다.

‘동경이야기’는 단순한 영화의 이야기로 인해 무미건조한 영화가 될 수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결코 화려하지 않은 단순한 영상 때문이다.

‘동경이야기’가 섬세한 영화라고 말하는 이유는 관객들이 평소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을 들려주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동경이야기’가 인생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영화인 만큼,

‘동경이야기’의 단순한 영상은 최대한 영화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동경이야기’에는 극적인 이야기도, 극적인 장면도 없다.

‘동경이야기’의 이야기에서 가장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토미의 임종 장면도 이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 이전의 장면들과 별다를 것 없이 담담하다.

토미가 임종한 날 아침, 노리코가 집밖에 서 있는 슈키시에게 케이조가 도착했다고 말하자,

하늘을 쳐다보던 슈키시가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는 듯 말한다. “그래. 정말 아름다운 새벽이었다. 오늘도 덥겠구나.”

난 ‘동경이야기’에서 갈 데 없는 노부부가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장면을 보고 나도 부모를 저렇게 소홀히 대한 적이 없었던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난 아버지 – 영화를 좋아하시는 70대 중반의 노인이시다 – 에게 ‘동경이야기’를 추천해 드렸다.

‘동경이야기’를 보신 아버지는 의외로 ‘동경이야기’의 이야기로부터 큰 감동을 받지 못했다고,

그 이유가 이미 다 겪고 아는 이야기라 새로운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경이야기’의 이야기는 그만큼 진부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동경이야기’가 보편적인 인생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인생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동경이야기’는 오히려 아직 인생을 다 겪어 보지 못한 젊은 관객들의 가슴에 더 와닿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동경이야기’에서 “인생 참 실망스럽네요.”라는 대사도 인생을 다 겪어 본 노부부도,

이미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듯한 노리코도 아닌, 젊은 교코의 입에서 나온 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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