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살아라 (Do the Right Thing, 1989)
똑바로 살아라 (Do the Right Thing, 1989)
1992년 LA 폭동을 촉발시킨 로드니 킹(Rodney King)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몇 일 전에 보았다.
1991년 3월 3일 음주운전 중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를 한 로드니 킹은 체포되는 과정에서 4명의 백인 경찰관들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다.
로드니 킹이 구타를 당하는 장면은 인근 주민의 비디오 카메라에 찍혀 TV 뉴스를 통해 공개되었고, 흑인들의 공분을 샀다.
1992년 4월 29일 배심원들이 4명의 경찰관들에게 무죄 평결을 내리자 격분한 흑인들이 LA 폭동을 일으켰다.
4일 동안 계속된 폭동으로 LA에 사는 한국인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흑인들은 한국인과 한국인 상점을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LA 폭동은 미국 사회에 위태롭게 내재되어 있던 인종 문제가 결국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똑바로 살아라’는 LA 폭동이 일어나기 3년 전에 나온 영화이지만,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LA 폭동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샐(Danny Aiello)의 피자 가게에서 큰 싸움이 벌어진다.
출동한 경찰이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청년 라디오 라힘(Bill Nunn)이 죽는다.
이에 격분한 흑인들은 폭동을 일으켜 샐의 피자 가게를 불태우고, 이어 건너편에 있는 한국인 상점도 불태우기 위해 몰려든다.
‘똑바로 살아라’는 오프닝 장면이 인상적인데, 티나(Rosie Perez) 역의 로지 페레즈가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Fight the Power’에 맞춰
뭔가에 화가 난 듯 격정적으로 춤을 춘다. 아침을 깨우는 지역 라디오 DJ(Sam Jackson)의 목소리로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똑바로 살아라’는 샐의 피자 가게를 중심으로 뉴욕 브루클린 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거리의 모든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웃들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인종 문제와, 인종 문제로 인한 갈등을 관찰하게 된다.
‘똑바로 살아라’는 인종 문제라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고,
또 특별한 이야기 없이 폭동이 일어나기 전의 거리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구조로 인해 따분해질 수도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스파이크
리 감독은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의 화면, 클로즈업시킨 화면, 카메라를 약간 기울여 찍은 화면,
그리고 강렬한 랩 음악 등을 앞세운 흑인 문화 특유의 톡톡 튀는 스타일로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화면을 전체적으로 오렌지색으로 처리하여 무더운 여름날과, 인종 문제로 인한 이웃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흑인 영화 감독인 만큼 ‘똑바로 살아라’는 인종 문제를 흑인들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스파이크 리 감독이 ‘똑바로 살아라’에서 흑인들을 두둔하지는 않는다.
경찰의 가혹 행위로 죽는 라디오 라힘은 결코 똑바로 사는 쳥년은 아니다.
라디오 라힘이 애지중지하며 항상 들고 다니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음에 가까운 음악은 샐뿐만 아니라 길모퉁이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세 흑인 노인들까지 미치게 만든다.
라디오 라힘과 함께 샐의 피자 가게에서 싸움을 일으킨 버긴 아웃(Giancarlo Esposito)은 샐의 큰아들 피노(John Turturro)만큼이나 인종 차별주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