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영화관 (The Last Picture Show, 1971)
마지막 영화관 (The Last Picture Show, 1971)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A Space Odyssey, 1968)
‘마지막 영화관’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소니 크로포드(Timothy Bottoms)와 빌리(Sam Bottoms)를 데리고 못에
낚시를 하러 온 “사자” 샘(Ben Johnson)이 소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이다.
“넌 이곳이 얼마나 변했는지 모를거다. 내가 처음 이곳을 봤을 땐 메스키트 나무도 없었고,
오푼티아(선인장의 일종)도 없었어….한번은 한 젊은 여자와 수영하러 이곳에 온 적이 있었지.
20여 년 전의 일이야….나와 그 젊은 여자는 아주 자유분방했지. 너무나도 말이야.
우린 말을 타고 이곳에 와서는 수영복도 입지 않고 수영을 했어….만약에 그녀가 여기 있다면 그때 5분만에
그랬던 것처럼 아마 지금도 미칠거야. 어리석지? 아니,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그런 여자에게 미치는 건 당연한 거야.
늙은 해골이 되는 것이 어리석은 거지. 늙는 것이 말이야.”
인생을 다 산 늙은 샘에게 남은 건 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젊은 여자에 대한 옛 기억뿐이다.
마을에서 허름한 당구장과 식당, 영화관을 운영하면서 외롭게 살고 있는 샘이 거북이밖에 없는 못에
낚시를 하러 오는 건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루한 마을에서 벗어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의 경치를 보기 위해서이다.
물론 기억 속의 그때가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내가 실성하고 아이들이 죽은 후에 만난 그 젊은 여자와 잘 되지는 않았다.
그때 그녀는 이미 결혼한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 또한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젊었었고, 결혼한 다른 많은 젊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로가 불행했다.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마지막 영화관’은 래리 맥머티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데,
영화의 각본도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과 함께 래리 맥머티가 썼다.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과
‘마지막 영화관’의 촬영을 맡은 로버트 서티스는 ‘마지막 영화관’을 흑백 영화로 찍었다.
‘마지막 영화관’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이른바 “아메리칸 뉴 시네마(American New Cinema)”
또는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 시대의 영향으로 나온 영화이다. 뉴 할리우드 영화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허무주의가 짙게 깔려 있는데, ‘마지막 영화관’은 그 어떤 뉴 할리우드 영화들보다도 허무주의가 강하게 풍기는 뉴 할리우드 영화이다.
‘마지막 영화관’의 배경은 1950년대 초, 텍사스에 있는 애너린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애너린은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은 조용히 죽어가는 마을이다.
‘마지막 영화관’에 마을의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흑백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마을의 텅빈 거리는 황량하고 공허하기 그지없다.
마을 사람들은 세대에 관계없이 황량하고 공허한 마을만큼이나 지루하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제이시 패로우(Cybill Shepherd)의 엄마이자, 샘의 기억 속의 바로 그 젊은 여자인 로이스
패로우(Ellen Burstyn)와, 코치 포퍼(Bill Thurman)의 아내인 루스 포퍼(Cloris Leachman)는 지극히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중년의 여인들이다. 소니와 듀안 잭슨(Jeff Bridges),
제이시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지만 이들의 삶도 별다를 게 없다.
지루하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유일한 관심거리와 위안거리는 섹스다.
로이스는 남편 진 패로우(Robert Glenn)의 석유 공장에서 일하는 아빌렌(Clu Gulager)과 몰래 사귀고 있고,
루스는 소니와 관계를 가진다. 듀안과 연인 사이인 제이시는 부자인 바비 쉰(Gary Brockette) –
“처녀 떼고 나서 나한테로 와.” – 을 잡기 위해 듀안과 잠자리를 같이하지만 실패하자, 아빌렌과 잠자리를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