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1980
한 권투 선수가 경기 직전 링 위에서 몸을 푸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관중석은 계속 플래시가 터지는 카메라들로 가득 차 있지만, 자욱한 안개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립니다.
권투 선수는 무대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며 혼자서 경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관심이 사실은 허울 좋은 꿈처럼 보입니다.
영화 ‘분노의 주먹’은 이러한 장면으로 시작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그 깊은 의미를 전달합니다.
비대한 현재의 제이크 라 모타, 역할을 맡은 로버트 드 니로가 나이트클럽에서 스탠딩 코미디 쇼를 준비하는 것과 함께 화면이 23년 전, 1941년의 링 위로 전환됩니다.
영화는 유명한 권투 선수가 어떻게 쓸쓸한 코미디언으로 전락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단순한 권투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라 모타와 그의 매니저인 동생 조이가 체중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분노의 주먹’은 권투 경기를 주요 소재로 삼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기는 라 모타의 성적 질투와 분노 등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라 모타의 성격을 드러내는 한 예로, 그는 아내 비키가 칭찬한 상대 선수 토니 자니로를 링 위에서 무참히 날려버립니다.
이는 단순히 다른 남자를 향하지 말라는 비키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영화는 실제 권투 선수 라 모타의 자서전 ‘Raging Bull: My Story’를 바탕으로 했지만, 전기적 요소보다는 한 개인의 몰락을 다루고 있습니다.
종종 실베스터 스탤론의 ‘록키’와 대조되는데, ‘록키’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을 이야기한다면, ‘분노의 주먹’은 현실 인물 라 모타를 통해 그 실패를 다룹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라 모타의 삶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그의 몰락을 강조합니다.
결혼식 등 몇몇 행복한 장면들이 비디오 포맷으로 비춰지며, 이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라 모타는 아내와 동생 간의 관계를 의심하며 폭력성에 얼룩져 갑니다.
이렇게 멀어지는 가족 관계와 함께 인생은 파멸을 향해 치닫습니다.
그는 슈거레이 로빈슨과의 경기에서 모든 걸 포기한 듯 그의 주먹을 맞고 끝까지 링을 떠나지 않고 버팁니다.
경기의 끝에서 외치던 “넌 날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다고!”라는 말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습니다.
링에서는 쓰러지지 않았지만, 라 모타는 삶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교도소에서 자신을 원망하며 주먹으로 벽을 치는 모습과 뒤늦게 자신을 용서하려 하는 모습을 통해 그동안의 잘못을 후회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라 모타를 연기하기 위해 체중 증가까지 감행한 로버트 드 니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분노의 주먹’은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남우주연상과 편집상 두 부문만 수상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미국 영화 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미국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라 모타가 코미디언으로서 대사를 연습하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난 최고가 될 수 있었어… 지금은 난 건달일 뿐이야,”라는 워터프론트의 대사를 연습하며 자신의 몰락을 자각합니다.
마침내 성경 구절로 끝마치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새로운 시선을 찾은 인생을 조명합니다.
요한복음 9장 24-26절에 담긴 메시지는 과거의 소경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 순간의 깨달음을 제공합니다.
라 모타의 변화와 성찰을 절묘하게 묘사하며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