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플라워 (Broken Flowers, 2005)
브로큰 플라워 (Broken Flowers, 2005)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2003)
돈 존스턴(Bill Murray)은 나른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독신의 중년 남자다.
돈에게도 과거에는 컴퓨터와 여자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컴퓨터로 큰 돈을 벌었고, 돈 후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여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 열정이 사라진 지금은 집에 컴퓨터도 없고, 여자 친구인 셰리(Julie Delpy)마저 떠나 여자도 없다.
아내 모나(Heather Alicia Simms)와 다섯 아이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세 개의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아마추어
탐정이라 자처하며 틈틈이 탐정 소설의 구상과 범죄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이웃이자
유일한 친구인 윈스턴(Jeffrey Wright)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삶을 살고 있다.
셰리가 떠나던 날, 돈에게 발신인 불명의 분홍색 편지가 우편으로 도착한다.
옛 연인으로부터 온 편지에는 돈에게 19살 된 아들이 있으며, 몇 일 전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는 내용이 써 있다.
윈스턴은 돈에게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건 계시라고 봐야 해….네 삶의 방향이나 현재의 네 모습에 대한.”
윈스턴은 돈에게 옛 연인들의 명단을 적게 하고, 인터넷으로 이들의 주소와 결혼 후의 이름, 직업 등을 알아낸다.
그리고 돈에게 이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 계획을 짜 주고, 여행 중에 들을 음악 CD까지 구워 준다.
돈은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하여 자신의 인생을 보게 된다.
돈은 차례로 만나는 옛 연인들을 통하여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본다.
브로큰 플라워 는 표면적으로는 대단히 무미건조해 보이는 영화이지만, 돈이 차례로 만나는 옛 연인들과, 이들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상징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돈이 첫 번째로 만나는 옛 연인은 로라(Sharon Stone)다. 돈은 로라를 통해 여러 여자들과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었다가 허무하게 끝났던 자신의 과거를 본다.
로라는 레이서였던 남편이 트랙에서 사고로 불꽃과 함께 세상을 떠난 후, 딸 로리타(Alexis Dziena)와 함께 살고 있다.
돈이 보는 앞에서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집안을 돌아다니는 로리타는 주인공인 중년의 대학 교수,
험버트 험버트가 사춘기 소녀, “로리타” 돌로레스 헤이즈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이야기의, 블라디미르 나보코브의 소설, ‘로리타 (Lolita)’를 연상시킨다.
돈이 두 번째로 만나는 옛 연인은 도라(Frances Conroy)다.
돈은 도라를 통해 컴퓨터로 큰 돈을 벌었지만, 가족도 없이 적적하게 살고 있는 자신의 현재를 본다.
도라는 남편 론(Christopher McDonald)과 함께 부동산업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아이도 없이 적적하게 살고 있다.
돈이 세 번째로 만나는 옛 연인은 칼멘(Jessica Lange)이다. 돈은 칼멘을 통해 열정은 사라지고, 자신의 주변에는 이웃인 윈스턴뿐인 자신의 가까운 미래를 본다.
돈이 동물 커뮤니케이터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칼멘에게 “당신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정말 열정적이었잖아.”라고 말하자 칼멘이 대답한다. “열정이란 우스운 거야.”
칼멘은 돈에게 자신은 한때 잘나가는 변호사였지만, 자신의 삶에서 유일한 낙이었던 자신의 개 – 개의 이름이 윈스턴이다 – 가 죽은 후에 동물과
의사 소통을 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해 준다. 칼멘은 돈을 불편해 하고, 칼멘의 비서(Chloe Sevigny)는 돈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돈이 네 번째로 만나는 옛 연인은 페니(Tilda Swinton)다. 돈은 페니를 통해 이제는 완전히 사람들을 적대시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미래를 본다.
페니는 찾아가기도 힘든 외진 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곳 사람들 모두가 적대적이다.
돈은 페니에게 아들이 있느냐고 물었다가 페니에게 멱살을 잡힌다.
그리고 윌(Larry Fessenden)이란 건달 같은 놈의 주먹을 맞고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린 돈은 황량한 들판에 버려진 자신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돈은 교통 사고로 죽은 옛 연인 미셸의 묘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미셸의 묘지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돈은 죽은 미셸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본다.
돈은 결국 편지의 주인공을 찾지 못한 채 여행에서 돌아온다.
돈은 과연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을까? 공항에서 봤던 아이(Mark Webber)를 다음날 동네에서 또 보게 된 돈은 아이에게 다가가 먹을 것을 사 준다.
아이가 여행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필요한 철학이나 조언을 돈에게 부탁하자 돈이 말한다.
“과거는 지나갔지. 당연한 거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어. 뭐가 어찌 되든 말이야. 따라서 있는 건 이것뿐이지.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