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1927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 1927
영화가 이야기와 함께 영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선라이즈’는 영상이 어떻게 영화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영화의 이야기에 극적인 효과를 주는지, 어떻게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게 만드는지를 보여 주는 영화이다.
‘선라이즈’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영상 기술들을 사용하였는데, 거의 모든 장면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첫화면의 구도부터가 인상적이다. 화면 맨 앞에 기차가 지나가고 플랫폼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역의 유리벽 너머로 도시의 전경이 보인다.
둥근 달 아래 호숫가에서 도시에서 온 여자가 남자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 장면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도시에서 온 여자는 마치 보름달이 뜨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나 다름없다.
도시에서 온 여자는 남자에게 아내를 물에 빠뜨려 죽이라고 유혹한다.
화면에 “그녀를 익사시킬 수 있어요? (Couldn’t she get drowned?)”라는 자막이 뜨고,
곧이어 자막은 마치 물에 빠지듯 화면에서 흘러내리면서 극적인 효과를 낸다.
도시에서 온 여자는 아내를 죽인 후 자신과 함께 도시로 가자고 계속해서 남자를 유혹한다.
그리고 다중 노출 기법을 사용하여 촬영한 다소 어지러운 장면이 나오는데, 악단의 지휘자를 중심으로 화면의 왼쪽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이,
오른쪽에는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이 장면을 통해 향락의 도시를 표현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도시에서 온 여자의 타락함을 암시해 주고 있다.
도시에서 온 여자를 만난 남자는 다음날 아침 닭에게 모이를 주는 아내를 바라보며 괴로워 한다.
이때 남자의 등 뒤에서 남자를 유혹하는 도시에서 온 여자의 장면이 중첩된다.
자막 없이 영상만으로 남자가 느끼는 고뇌와 유혹을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라이즈’가 보여 주는 놀라운 영상 기술 중 가장 으뜸은 카메라의 움직임이다.
기존의 무성 영화들은 거의 모든 장면을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고 찍었다.
카메라의 흔들림 때문에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평평한 땅에 설치한 레일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협소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을 따라가면서 찍은 트래킹 장면이 고작이었다.
‘선라이즈’에서 남자가 도시에서 온 여자를 만나러 가는 장면을 보면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는 도시에서 온 여자를 만나러 가는 남자를 오랫동안 따라간다.
남자가 걷고 있는 땅을 보면 울퉁불퉁하고 질척질척하다.
하지만 좀더 특수하게 만든 레일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았는지, 아니면 공중에 설치한 케이블에 카메라를 달았는지 알 수 없지만,
남자를 따라가는 카메라는 흔들리지 않는다. F.W. 무르나우 감독은 이 장면에서 남자를 연기한 조지 오브라이언에게 납덩어리가 든 신발을 신게 하였다.
카메라가 남자를 따라가면서 촬영한 이 장면은 아내 몰래 도시에서 온 여자를 만나러 가는 죄책감으로 발걸음이 무거운 남자의 고통스러운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아내를 연기한 자넷 게이너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선라이즈’는 “독특하고 예술적인 작품”상과 함께, 여우주연상, 촬영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