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대로 Sunset Blvd 1950
선셋 대로 Sunset Blvd 1950
빌리 와일더의 영화 선셋 대로는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 모든 면에서 충격적인 강렬함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한때 대스타였지만 이제는 시들어버린 한 여배우의 과거에 대한 집착과 광기를 중심으로,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할리우드의 냉혹한 진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관객은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야기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거리로 유명한 선셋 대로에 위치한 대저택의 수영장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죽은 이 남자가 내레이션을 맡아 6개월 전으로 시계를 돌려 자신이 스스로 시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며 영화가 진행된다.
주인공 조 길리스(윌리엄 홀든)는 경제적 위기에 몰린 무명 각본가다.
압류된 차를 지키기 위해 쫓기다 우연히 오래된 대저택으로 숨어들게 된다.
이 저택은 한때 무성 영화계의 대스타였던 노마 데스먼드(글로리아 스완슨)가 살고 있는 곳이다. 조와 노마의 첫 만남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오간다.
“당신은 노마 데스먼드죠. 무성 영화 시대의 거물이었던 분.”
“나는 여전히 크지만, 작아진 건 영화일 뿐이야.”
노마 데스먼드는 각본 작업을 이유로 조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려 하지만, 점차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며 집착으로 변한다.
그녀의 조에 대한 열망은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와 연관된 집착과 맞닿아 있다.
노마는 젊은 조를 통해 자신이 여전히 매력 있는 여배우라고 스스로 믿고자 한다.
조 또한 그녀와의 관계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노마가 제공하는 재물과 그녀의 독특한 매력에 끌리면서도,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연민과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스스로가 그녀 곁에 머물며 의존적이 되는 삶을 경멸하기도 한다.
영화 속 가장 무시무시한 집착은 사실 노마를 집요하게 떠받드는 집사 막스 폰 마이얼링(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에게서 드러난다.
그는 노마의 첫 번째 남편이었으며, 그녀를 떠나지 못한 채 자발적으로 집사가 되어 평생 그녀를 보살피는 역할을 자처한다.
심지어 그녀의 망상을 부추기기 위해 팬레터를 공들여 쓰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윌리엄 홀든, 글로리아 스완슨,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연기는 영화에서 단연 돋보인다.
특히 글로리아 스완슨의 섬뜩하면서도 처절한 연기는 압권이다. 세 사람 모두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현실과 영화 속 허구 사이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드는 선셋 대로는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실제 배우들에게도 특별하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노마가 조에게 보여주는 무성 영화는 실제 글로리아 스완슨이 주연하고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이 연출한 여왕 켈리 (1928)다.
그리고 막스 폰 마이얼링은 자신이 무성 영화 시대에 유망했던 감독 중 하나였다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자신의 실제 이력을 반영한 것으로, 그는 당시 대표적인 감독이었으나 제작비 문제로 영화사와
충돌하며 결국 발성 영화 시대에 밀려나게 되었다. 말 그대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막스라는 이름 아래 연기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