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자 (The Searchers, 1956)
수색자 (The Searchers, 1956)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에단(John Wayne)이 남북전쟁이 끝난 지 3년이 지나 텍사스에 있는 동생 아론(Walter Coy)과, 아론의
아내 마사(Dorothy Jordan)가 있는 목장으로 돌아온다. 에단이 텍사스 순찰대의 일원으로 이웃 라스
(John Qualen)의 잃어버린 소를 수색하러 목장을 비운 사이에 코만치족이 목장을 습격해 아론과 마사를 죽이고,
아론과 마사의 두 딸 루시(Pippa Scott)와 데비(Lana Wood) – 어린 데비를 연기하는 라나 우드는
성장한 데비(Natalie Wood)를 연기하는 나탈리 우드의 친동생이다 – 를 납치해 간다.
‘ 수색자 ‘는 에단이 아론의 양자인 마틴(Jeffrey Hunter)과 함께 5년 동안 조카딸을 납치해 간 코만치족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색자’의 이야기는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야기의 진짜 내용과 구조는 복잡한 영화이다.
‘수색자’는 야만적인 인디언들과 영웅적인 백인들로 구분을 짓는 전통 서부 영화가 쇠퇴하던 때에 만들어진 존 포드 감독의 수정주의 서부 영화이다.
‘수색자’가 제작될 당시 관객들은 여전히 전통 서부 영화를 원했고, 미국의 역사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수정주의 서부 영화를 원하지 않았다.
존 포드 감독과 ‘수색자’의 위대함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언뜻 보면 ‘수색자’는 관객들이 원하는 전통 서부 영화처럼 보인다.
야만적인 인디언들은 평화롭게 사는 한 백인 가족을 유린하고, 백인들은 결국 이 야만적인 인디언들을 응징한다.
당시 많은 관객들이 인디언들을 불쾌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수색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수색자’가 사실은 인디언들을 불쾌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백인들을 불쾌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수색자’의 초반부에서 에단과 마사가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과, 특히 마사가 에단의 남부 연합 케이프를 어루만지는 장면으로부터
과거에 에단과 마사가 서로 사랑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코만치족의 습격으로 불타 버린 목장에
도착한 에단은 찢어진 마사의 옷 – 마사가 코만치족에게 강간을 당했음을 암시한다 – 과 마사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분노한다.
마사를 죽인 코만치족에 대한 복수에 불타는 에단은 아론과 마사의 장례식을 치르자 마자 조카딸을 납치해 간 코만치족을 추적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에단이 마사의 복수를 위해 조카딸을 납치해 간 코만치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에단은 지독한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에단은 5년 동안의 추적 끝에 결국 코만치족 추장 스카(Henry Brandon)의 아내가 된 데비를 찾아내지만,
인디언 놈과 살고 있다는 이유로 데비를 죽이려고 한다. 마틴이 에단을 끝까지 따라다니는 것은 데비를 찾는
에단을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에단으로부터 데비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데비를 데리고 있는 코만치족을 급습하기
직전에 마틴이 코만치족이 데비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말하자 에단이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코만치족과 사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야.”
에단이 미친 사람처럼 5년 동안 코만치족을 추적한 것은 과연 마사를 죽인 코만치족에 대한 복수 때문인가,
인종 차별주의자인 에단의 인디언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 때문인가? 에단이 지독한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것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에단은 아론의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인디언과 백인의 혼혈인 마틴을 경멸의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리고 마틴과 함께 조카딸을 납치해 간 코만치족을 추적하면서 마틴을 노골적으로 멸시하고 모욕적으로 대한다.
에단은 코만치족은 두 눈이 없으면 영혼의 땅에 가지 못하고 영원히 바람 속을 떠돌아다녀야 한다고 믿는다며 바위 밑에 묻혀 있던 인디언 시체의 두 눈에 총알을 박는다.
마틴이 들소 떼를 향하여 미친듯이 총질을 해대는 에단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이라고 말하자 에단이 말한다.
“적어도 이번 겨울에는 저것들이 코만치족의 식량이 되지는 않을 것이야.”
존 웨인이 연기하는 에단은 복잡한 인종 차별 문제만큼이나 복잡한 캐릭터이다.
코만치족의 습격으로 총상을 입은 에단은 그동안 그토록 멸시하고 모욕적으로 대한 마틴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남긴다는 유언장을 마틴에게 건네준다.
또한 마사의 복수를 위해 – 또는 단지 인디언들에 대한 혐오로 – 결국 스카의 머리 가죽을 벗긴 에단은 도망가는 데비를 붙잡고 데비에게 말한다. “집에 가자, 데비야.”
에단이 그동안 마틴을 멸시하고 모욕적으로 대한 자신의 행동이, 그리고 인디언과 살고 있다는
이유로 데비를 죽이려고 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던 것일까?
데비를 집으로 데리고 온 에단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혼자 문밖에 외롭게 서 있는 ‘수색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복수에 불타 5년 동안 코만치족을 추적한 에단이 느끼는 허무와, 인종 차별주의자인 에단에 대한 조소가 동시에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