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자 The Searchers 1956
수색자 The Searchers 1956
에단이 그동안 마틴을 멸시하고 모욕적으로 대한 자신의 행동이, 그리고 인디언과 살고 있다는 이유로 데비를 죽이려고 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던 것일까?
데비를 집으로 데리고 온 에단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혼자 문밖에 외롭게 서 있는 ‘수색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복수에 불타 5년 동안 코만치족을 추적한 에단이 느끼는 허무와, 인종 차별주의자인 에단에 대한 조소가 동시에 느껴진다.
‘수색자’는 에단이 마틴과 함께 조카딸을 납치해 간 코만치족을 추적하는 이야기와 함께, 낭만적인 정통 서부 영화에서나 어울리는 마틴과 로리(Vera Miles)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도 들려준다.
‘수색자’에서 마틴과 로리의 사랑 이야기는 영화에서 빼도 영화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쓸데없는 이야기이다.
특히 마틴을 기다리다 지친 로리가 찰리(Ken Curtis)와 결혼식을 올리는 날 집으로 돌아온 마틴이 로리를 두고 찰리와 싸우는 이야기는 영화의 흐름마저 깨뜨린다.
마틴과 로리의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정통 서부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을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수색자’는 인디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통 서부 영화와는 확실히 다르다.
인디언들을 동정의 눈길로 바라본다.
기병대에게 죽은 자신의 인디언 신부 “이봐”(Beulah Archuletta)를 본 마틴이 에단에게 말한다.
“군인들은 무엇 때문에 그녀까지 죽였죠? 그녀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에단과 마틴이 스카와 대면하는 장면에서는 백인들에게 두 아들을 잃고 복수에 불타는 스카를 통해 인디언들도 피해자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백인들이 내 두 아들을 죽였어. 두 아들에 대해 많은 백인들의…머리 가죽을 벗겼지.”
‘수색자’에 등장하는 다른 백인 캐릭터들도 에단처럼 인종 차별주의자들이다.
마틴과 사랑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로리마저 에단만큼 지독한 인종 차별주의자이다.
마틴이 데비를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말하자 로리가 하는 말은 역겹기까지 하다.
“뭘 집으로 데리고 와? 코만치족 인디언 놈들이 서로 돌아가며 먹다 남은 찌꺼기를? 그래서 생긴 그녀의 야만적인 새끼들과 함께?
에단은 그녀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을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마사도 그가 그렇게 하기를 바랄거야.”
백인들이 데비를 데리고 있는 코만치족을 급습하는 장면은 야만적인 인디언들에 대한 백인들의
응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디언들을 혐오하는 인종 차별주의자들의 집단 학살을 보여 주고 있다.
‘수색자’는 존 포드 감독의 서부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리조나주와 유타주의 경계 지점에 있는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배경으로 한 웅장한 장면들을 보여 준다.
‘수색자’가 보여 주는 영상은 너무나 아름답다.
문이 열리면서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과 문이 닫히면서 영화가 끝나는 장면, 계곡을 통과하는 텍사스 순찰대를 인디언들이 에워싸는 장면,
에단과 마틴의 등 뒤로 데비가 모래 언덕을 달려 내려오는 장면은 유명한 장면들이다.
‘수색자’의 뛰어난 영상미는 후에 수많은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데이비드 린 감독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를 연출하기 위하여
‘수색자’의 장면들을 참고하였으며,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 워즈 (Star Wars, 1977)’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같은 영화들을 보면, ‘수색자’에서 나오는 장면들과 비슷한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수색자’는 단 한 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수색자’의 의도와 작품성을 알아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