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자막으로 나오는 다음과 같은 퀴즈로 시작한다.
“자말 말리끄는 2천만 루피의 상금이 걸려 있는 최종 우승에 한 문제만을 남겨놓고 있다.
그는 어떻게 최종 단계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A: 속임수를 썼기 때문에, B: 운이 좋아서, C: 그가 천재이기 때문에, D: 영화 속 이야기이기 때문에”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 ‘Q&A’를 사이몬 뷰포이가 각색하고,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한 슬럼독 밀리어네어 는 상영 시간 내내 관객들을 스크린 속에 몰입시키는 아주 재미있고 독특한 이야기의 영화이다.
인도 뭄바이 빈민가 출신의 18살 자말(Dev Patel)은 인도 최고의 인기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에 출연,
2천만 루피의 상금이 걸려 있는 최종 단계까지 오르고,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자말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퀴즈쇼의 진행자 프렘(Anil Kapoor)은 자말을 경찰서에 넘긴다.
자말은 경찰서에서 형사(Irrfan Khan)에게 자신이 퀴즈쇼에서 정답을 맞춘 문제들이 공교롭게도
자신의 삶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들과 연관된 문제들이었다는 것과, 자신이 퀴즈쇼에 출연한 진짜 목적까지 이야기해 준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형사가 자말이 출연한 퀴즈쇼를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를 재생하면서 어떻게
각 단계의 문제의 정답을 맞출 수 있었는지 자말을 추궁하는 장면과, 자말이 그 문제의 정답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형사를 설득하기 위해 그 문제와 연관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플래시백 장면이 교대로 전개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빈민가에서 자란 자말(Ayush Mahesh Khedekar(어린 자말), Tanay Hemant Chheda(소년 자말))이 폭동 속에서
엄마(Sanchita Choudhary)를 잃고 형 살림(Azharuddin Mohammed Ismail(어린 살림), Ashutosh Lobo Gajiwala(소년 살림),
Madhur Mittal(성인 살림))과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폭동 속에서 처음 만난 라띠까(Freida Pinto(성인 라띠까),
Rubina Ali(어린 라띠까), Tanvi Ganesh Lonkar(소녀 라띠까))와의 사랑 이야기가 플래시백 장면들을 통해 펼쳐진다.
그리고 자말이 퀴즈쇼에서 각 단계의 문제의 정답을 맞출 수 있었던 연유가 플래시백 장면들 속에 숨어 있다.
자말의 이야기를 들은 형사는 자말이 퀴즈쇼에서 정답을 맞춘 문제들이 공교롭게도 자말이 정답을 알고 있는 문제들이었다는 자말의 말을 믿게 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촬영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인 인도의 세계적인 문화 유적지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여주지만,
인도에서 가장 큰 빈민가인 뭄바이 빈민가의 모습도 그 어느 영화보다 리얼하게 보여준다.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보여주는 인도 사회의 모습이 진짜 인도의 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쓰레기 처리장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앵벌이에 이용되는 아이들, 온갖 범죄에 노출된 아이들 등,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보여주는 인도 사회의 모습은 영화 속 모습일 뿐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보여주는 인도 사회의 모습이 현실이든 영화 속 모습일 뿐이든 간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빈민가 출신의 한 남자가 성공을 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성공 드라마도 아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동화와도 같은 영화이다.
자말의 드라마틱한 삶과, 퀴즈쇼에서 자말에게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일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자말과 라띠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자말이 퀴즈쇼에 출연한 진짜 목적도 돈과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라띠까를 찾기 위해서이다.
퀴즈쇼에서 자말은 문제의 정답을 맞추는 것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퀴즈쇼의 진행자가 문제를 내는 와중에도 자말은 라띠까만 생각하고,
라띠까가 퀴즈쇼에 출연한 자신을 보고 자신을 찾아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도 영화의 마지막에서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동화와 같은 영화임을 자인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가 시작하면서 자막으로 나온 퀴즈의 정답을 알려 주면서 끝난다. “D: 영화 속 이야기이기 때문에”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영화가 끝나고,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소개하는 자막이 나오면서 자말과 라띠까가
“승리하다”라는 뜻의 ‘Jai Ho’라는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음악을 담당한 A.R. 라흐만이 작곡한 ‘Jai Ho’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A.R. 라흐만은 아카데미 음악상도 함께 수상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유명한 배우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무명 배우들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10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지만, 10개 부문 중 연기상 부문은 없다.
하지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등 8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