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
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
‘시민 케인’은 영상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어떻게 좀더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선구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케인의 어머니가 광맥의 관리권과 아들의 양육권을 넘기는 계약에 사인을 하는 장면과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 있다.
케인이 자신이 세운 제국의 통제권을 양도한다는 서류에 사인을 하는 장면이다.
카메라 가까이에 서류를 읽고 있는 번스타인(Everett Sloane)의 얼굴이 너무 커서 멀리 보이는 창문이 보통의 창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케인이 창문 쪽을 걸어가자 창문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게 된다.
딥 포커스의 사용으로 큰 창문 아래에 서있는 케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장면은 케인의 모습을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게 하여 모든 것을 잃은 케인을 암시하기 위한 장면이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또 있는데, 케인이 제나두의 벽난로에 서있는 장면이다.
케인이 지그소 퍼즐을 맞추고 있는 수잔을 뒤로 하고 벽난로 쪽으로 걸어갈 때 벽난로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게 된다.
‘시민 케인’에는 딥 포커스를 사용하여 촬영한 장면 말고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다.
음침한 제나두를 보여주는 장면, 케인과 에밀리 노튼(Ruth Warrick)의 사이가 세월과 함께 점점 소원해짐을 보여주는 몽타주 장면
수잔의 집 현관문이 신문의 사진으로 디졸브되는 장면, 수잔이 선 오페라 무대에서 무대 위에 있는 두 명의 무대 담당자를 향해 카메라가 수직으로 올라가는 장면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케인이 수잔이 떠난 직후 두 개의 큰 거울 사이를 걸어가는 장면 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시민 케인’의 이야기는 늙은 케인이 플로리다의 대저택 제나두에서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케인은 죽기 직전에 영화 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대사를 남긴다. “로즈버드!”
롤스톤 씨는 케인의 죽음 내면의 것을 취재하고자 기자인 톰슨(William Alland)에게 케인이 죽기 직전에 말한 로즈버드가 무엇인지 조사하라고 한다.
‘시민 케인’은 영상 기술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 구조도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시민 케인’은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일반적인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거부한다.
‘시민 케인’의 이야기는 톰슨이 케인의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면서 이들이 케인을 회상하면서 이들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케인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케인의 죽음을 알리면서 케인의 삶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뉴스 영화는
관객들에게 케인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이어 주고 이해시켜 주는 지침서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로즈버드”가 적힌 썰매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시민 케인’은 관객들에게 로즈버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 주지는 않는다.
관객들은 “로즈버드”가 적힌 썰매가 케인이 어린 시절에 타던 썰매라는 것을 기억한다.
관객들은 “로즈버드”가 적힌 썰매를 통해 로즈버드는 모든 것을 잃은 케인이 그리워 한 어린 시절 또는 어린 시절의 안정감이나
순수함일 것이라고 그저 짐작할 뿐이다. 로즈버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 주는 것보다 오히려 관객들에게 더욱 짙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의 마지막에 톰슨이 말한다. “…케인 씨는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어,
그리고 모든 걸 잃었지. 로즈버드는 어쩌면 그가 가질 수 없었던 것 또는 잃어버린 것인지도 몰라. 어쨌든 그건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았어.
어떤 말도 한 사람의 인생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래, 로즈버드는 마치 지그소 퍼즐의 한 조각 같은 것인지도 몰라, 잃어버린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