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마드레의 보물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
1925년, 멕시코의 탐피코. 자신이 산 복권이 당첨되었는지 확인을 한 사나이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험프리 보가트는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에서,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탐욕스럽고 한심한 – 그렇다고 욕할 수만은 없는
영화 주인공인 돕스(Humphrey Bogart) 역을 맡아, 자신의 영화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고 있다.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은 돕스를 통해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존 휴스턴 감독의 영화이다.
미국에서 온 돕스는 탐피코의 거리에서, 지나가는 미국인들에게 구걸을 하며 살아가는 부랑자이다.
돕스는 우연히 만난 또 다른 부랑자, 커틴(Tim Holt)과 함께, 전날 밤 묵었던 여관에서 황금에 관한 이야기를 한 노인을 찾아가 함께 황금을 찾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해서 돕스, 커틴, 하워드(Walter Huston), 세 사람은 함께 황금을 찾으러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운 좋게도 금광을 발견한다.
황금을 캐내고, 황금의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돕스의 탐욕과 의심 또한 커져간다.
하워드의 도움으로 금광을 발견하고, 커틴이 붕괴된 광산에 갇힌 자신을 구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돕스는 두 사람이 더 많은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해치지 않을까 의심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더 많은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그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오랜 경험으로 황금이 어떻게 사람의 영혼을 바꿔놓는지 잘 아는 하워드는 탐욕과 의심이 커져가는 돕스에게 적당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돕스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돕스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정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충분한 양의 황금을 캐고 산을 내려오는 도중에,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지역 마을의 한 아이를 살려낸 하워드가 마을 사람들의
초청을 받고서 자신의 황금을 돕스와 커틴에게 맡기고 마을에 간 사이, 탐욕과 의심으로 망상에 사로잡힌 돕스는 하워드의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커틴에게 총을 겨눈다.
돕스는 커틴을 향하여 방아쇠를 당긴다.
커틴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돕스는 점점 미쳐 간다.
“양심. 웃기는거지! 양심이 있다고 믿으면 양심은 죽을 때까지 사람을 괴롭힐거야. 하지만 양심이 있다고 믿지 않으면 그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황금을 찾으러 떠나기 전 돕스는 탐피코에서 구걸을 하고 다닐 때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맥코믹(Barton MacLane)이라는 사람에게 고용이 되어 목수 일을 한 적이 있다.
돕스는 뼈 빠지게 일을 했지만 임금을 떼어먹고 도망을 간 맥코믹에게 사기를 당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또다시 맥코믹과 우연히 마주친 돕스는 맥코믹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맥코믹의 지갑에서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을 가져간다. 그때 맥코믹의 지갑에 아주 많은 돈이 있었음에도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만 가져간
그때까지만 해도 양심이 있는 돕스였다. 그랬던 돕스가 황금을 본 순간 탐욕에 눈이 멀어 동료인 하워드와 커틴을 버리고, 이제는 자신의 양심까지 버린다.
“If you’re the police, where are your badges?”
(경찰이면 배지는 어디에 있나?)
“Badges? We ain’t got no badges! We don’t need no badges!
I don’t have to show you any stinkin’ badges!”
(배지? 우린 배지 같은 건 없어! 우린 배지가 필요 없어!
난 당신한테 냄새나는 배지를 보여 줄 필요가 없어!)
마을 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 하워드를 보여 주는 장면에 이어
황금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자신의 탐욕에 짓눌려 뜨거운 태양 아래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 돕스를 보여 주는 장면이 나온다.
탐욕으로 스스로 파멸의 길로 가고 있는 돕스가 애처로워 보인다.
돕스는 강도들에게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돕스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황금은 강도들이 황금이 든 자루들을 찢어버리는 바람에 바람에 날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