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 (Argo, 2012)
아르고 (Argo, 2012)
‘아르고’는 순전히 벤 애플렉의, 벤 애플렉에 의한, 벤 애플렉을 위한 영화이다.
‘아르고’는 조지 클루니와 함께 ‘아르고’의 제작에 참여한 제작자로서 벤 애플렉의 영화이고,
영화 감독으로서 벤 애플렉에 의해 연출된 영화이고, 영화 배우로서 벤 애플렉이 주연까지 맡은 영화이다.
벤 애플렉은 비록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조차 오르지는 못했지만, ‘아르고’의 제작자로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아르고’는 7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의 3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였다.
‘아르고’의 이야기는 실화다. 1979년 11월 4일 테헤란에 있는 미 대사관이 성난 시위대에게 점령당하는데
(이란 인질 사태(Iran Hostage Crisis)), 미 대사관을 몰래 빠져 나온 6명의 직원들이 캐나다 대사 관저로 피신한다.
CIA는 CIA의 구출 전문 요원인 토니 멘데즈(Antonio J. Mendez)를 투입하여 6명의 직원들을 이란으로부터 탈출시키기 위한 비밀 구출 작전을 진행시킨다.
‘아르고’는 6명의 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과 탈출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아르고’의 마지막에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소개하는 자막이 나오면서 이란 인질 사태 당시에 미국 대통령이었던
카터 전 대통령의 음성으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6명의 직원들을 이란으로부터 무사히 탈출시킨 비밀 구출 작전은 18년동안 기밀로 부쳐졌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1997년에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기밀 취급에서 제외됨으로서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었다.
‘아르고’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크리스 테리오는 비밀 구출 작전을 수행한 토니 멘데즈가 쓴 책 ‘The Master of Disguise’와,
2007년에 월간 잡지 ‘Wired’에 실린, 조슈아 베어만이 비밀 구출 작전에 대해 쓴 기사 ‘The Great Escape’을 바탕으로 ‘아르고’의 각본을 썼다.
6명의 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실제로 토니 멘데즈가 세운 비밀 구출 작전은 기상천외하다.
토니 멘데즈는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협력해 가짜 시나리오를 만들고, 또 가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가짜 영화사를 세우고,
가짜 영화 제작 기자 회견까지 열어 세상 사람들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후에, 영화 로케이션 장소 헌팅이라는
명목으로 테헤란에 잠입하여 6명의 직원들을 영화 스태프로 위장시켜 공항을 통해 이란을 탈출하였다.
“아르고”는 실제로 비밀 구출 작전을 위해 만든 가짜 영화의 제목이다.
장르가 SF였던 “아르고”는 6명의 직원들을 구출한 후에 당연히 영화로 제작되지는 않았다.
이란 인질 사태가 배경인 ‘아르고’는 이야기의 특성상 정치색을 띨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이란 인질 사태가 미국의 야욕이 불러일으킨 사태임을 감안하면 전적으로 미국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아르고’는 다소 보기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다.
벤 애플렉과 크리스 테리오는 이란의 입장을 고려하여 원래 각본에는 없었던, 삽화와 함께
이란 인질 사태의 배경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을 프롤로그로 삽입하기도 하였으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아르고’는 보기 불편한 정치색을 애써 무시하고 보면 상당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이다.
그리고 ‘아르고’가 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는지도 십분 이해가 간다.
‘아르고’는 미국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다.
‘아르고’에는 위험을 무릅쓰고 6명의 미국인들을 구출한 토니 멘데즈(Ben Affleck)라는 영웅이 등장하고,
존 굿맨이 연기하는 존 챔버스(John Goodman)와, 알란 아킨이 연기하는 레스터 시겔(Alan Arkin)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유머도 있다.
그리고 토니 멘데즈와 6명의 직원들이 공항에서 검문을 받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로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키고,
토니 멘데즈와 6명의 직원들이 탄 비행기가 이란 영공을 벗어나 결국 탈출에 성공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