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양육 (Bringing Up Baby, 1938)
아이 양육 (Bringing Up Baby, 1938)
필라델피아 스토리 (The Philadelphia Story, 1940)
‘아이 양육’은 하워드 혹스 감독의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 영화이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 1934)’이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의 효시작이라고 한다면
‘아이 양육’은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이후의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를 대표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아이 양육’은 전형적인 스크루볼 코미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신분과 가치관이 서로 다른,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이야기에, 영화 전반에 걸쳐 난무하는 익살맞은 대사들과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건들이 스크루볼 코미디의 특징들인데, ‘아이 양육’은 스크루볼 코미디의 특징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앨리스 스왈로(Virginia Walker)와의 결혼을 하루 앞둔 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데이비드(Cary Grant)는 박물관에 백만 달러를 기부할 지도
모르는 랜덤 부인의 변호사인 피바디 씨(George Irving)와의 골프 약속에서 수잔(Katharine Hepburn)이라는 여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데이비드에게 반한 수잔은 데이비드가 앨리스 스왈로와 결혼하는 것을 막기로 작정하고, 브라질에 있는 오빠 마크가 보낸 “아이(Baby)”라는 이름의
애완용 표범을 코네티컷에 있는 엘리자베스 고모(May Robson)의 농장으로 데리고 가는데에 데이비드를 끌어들인다.
결국 데이비드는 수잔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농장에 오게 되고, 계속되는 수잔의 장난으로 결혼식에도 가지 못한다.
게다가 수잔의 장난으로 네글리제를 입은 채 처음 만난 수잔의 고모 엘리자베스가 바로 랜덤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자신이 박물관의 데이비드 헉슬리 박사라는 사실을 랜덤 부인이 알게 되면 박물관에 백만 달러를 기부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이 양육’ 당시에는 남녀 간의 직접적인 애정 표현을 화면에 담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를 보면 상징을 이용하여 남녀의 애정 관계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는 엘리(Claudette Colbert)와 함께 한 방에서 밤을 보내게 된 피터(Clark Gable)가 둘의
침대 사이에 담요로 설치한 “여리고의 벽(Walls of Jericho)”을 이용하여 피터와 엘리의 애정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아이 양육’에서는 데이비드가 결혼식에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수잔이 이용하는 “아이”라는 이름의 애완용 표범이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에서의 “여리고의 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이”라는 이름의 이 애완용 표범은 수잔이 데이비드에게 느끼는 성적 욕구를 상징하고 있다.
‘아이 양육’은 지금은 거의 “동성애의”라는 의미로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게이(gay)”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영화로 간주되고 있다.
데이비드가 네글리제를 입은 채 수잔의 고모 엘리자베스와 마주친다. 네글리제를 입은 데이비드를 보고 깜짝 놀란
엘리자베스가 왜 이런 옷을 입고 있느냐고 묻자 데이비드가 펄쩍 뛰면서 대답한다. “Because I just went gay all of a sudden!”
“gay”는 옛날에는 “동성애의”라는 의미보다 “즐거운”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데이비드의 대사에서의 “gay”의 의미가 둘 중 어느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비드의 대사는 “갑자기 동성애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로 해석되고 있다.
‘아이 양육’은 하워드 혹스 감독이 당시 5대 영화 제작사 중 하나였던 RKO 라디오 픽처스(RKO Radio Pictures)와 6편의
영화를 제작하기로 계약을 맺고 제작한 첫 작품이었는데, 흥행 참패로 하워드 혹스 감독은 RKO 라디오 픽처스로부터 바로 해고를 당한다.
캐서린 헵번도 자신의 소속사인 RKO 라디오 픽처스에 해약금을 지불하고 RKO 라디오 픽처스를 나오게 된다.
영화가 나온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아이 양육’은 대단히 빠른 전개와 익살맞은 대사들로 지금은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형식을 제시한 시대를 앞서갔던 코미디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