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여왕 (The African Queen, 1951)
아프리카의 여왕 (The African Queen, 1951)
아이 양육 (Bringing Up Baby, 1938)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무렵인 1914년 9월, 독일령 동아프리카의 쿵두라는 한 원주민 마을. 로즈 세이어(Katharine Hepburn)와 새뮤얼 세이어(Robert Morley)
남매는 영국에서 온 이 마을의 선교사이다. 때때로 캐나다인인 찰리 올넛(Humphrey Bogart)이 “아프리카의 여왕”이라는
이름의 조그만 증기선을 몰고 마을에 와, 이들 남매에게 우편물이나, 이들이 부탁한 물건을 배달해 주고 가곤 한다.
찰리 올넛이 이들에게 우편물과, 로즈가 부탁한 장미 나무를 배달해 주고 마을을 떠난 직후 독일군이 마을에 들이닥쳐 새뮤얼을 구타하고 마을을 불태운다.
충격을 받은 새뮤얼은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죽는다. 마을에 나타난 찰리 올넛은 로즈에게 독일군이 언제 다시 들이닥칠 지 모르니
일단 마을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서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는 이 지역을 어떻게 빠져나갈 지를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찰리 올넛은 “아프리카의 여왕”을 안전한 곳에 정박시킨 뒤 로즈에게 상황을 설명해 준다.
영국군이 콩고 쪽에서 호수를 건넌다면 이 지역의 독일군은 한달도 못 버틸 테지만, 중앙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대포를 가지고 있는
백 톤짜리 독일 증기선 루이자호가 막고 있어 영국군이 호수를 건너는 건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자 로즈가 자신들이 강을 따라 호수로 나간 뒤 어뢰를 만들어 루이자호를 격침시키자고 제안한다.
찰리 올넛은 강을 따라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독일군 요새와 급류를 통과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하다고 로즈의 제안을 일축한다.
하지만 찰리 올넛은 로즈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
‘아프리카의 여왕’은 C.S. 포레스터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존 휴스톤 감독의 영화로, 두 남녀가 벌이는 모험담을 그린 영화이면서
모험 중에 싹트는 두 남녀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여왕’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가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재미있는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인 ‘아프리카의 여왕’은 표면상으로는 찰리 올넛의 조그만 증기선을 가리키지만, 사실은 교양 있고 조신하고 깐깐한 로즈를 가리킨다.
거의 폐선 지경의 “아프리카의 여왕” 위에서 찰리 올넛에게 마치 아프리카의 여왕처럼 행동하는 로즈가 재미있다.
그리고 로즈를 흉내내며 투덜거리면서도 로즈의 말을 들어주는 찰리 올넛도 재미있다.
교양 있고 조신하고 깐깐한 로즈에게 찰리 올넛은 사람은 좋지만 수염도 깎지 않은 지저분한 얼굴에 교양도 없고 무식한데다 술주정뱅이인
올넛(Allnut)이라는 그의 이름처럼 모든 것(all)이 바보 얼간이(nut)로 보일 뿐이다.
로즈는 찰리 올넛이 이 30피트짜리 배에서 갈 데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을 할 정도로 마치 찰리
올넛을 바보 얼간이라고 놀리듯 찰리 올넛에게 말을 걸 때마다 꼬박꼬박 올넛 씨(Mr. Allnut)라고 불러 댄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콩깍지가 씌어지면 바보 얼간이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법이다.
독일군 요새와 급류를 무사히 통과하고 기뻐하는 찰리 올넛과 로즈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튼다.
자는 척하고 있는 찰리 올넛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다 차를 엎지르는 로즈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때부터 로즈는 찰리 올넛을 더 이상 올넛 씨라고 부르지 않고 찰리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이제는 찰리가 바보 얼간이처럼 하마와 원숭이 흉내를 내도, 로즈에게는 이런 찰리가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다.
하마와 원숭이 흉내를 내는 찰리가 재미있다는 듯 끝까지 교양을 잃지 않고 웃는 로즈 역의 캐서린 헵번의 연기가 너무나도 웃긴다.
‘아프리카의 여왕’은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999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배우 100 (AFI’s 100 Years…100 Stars)”
에서 남자 배우 1위와 여자 배우 1위를 각각 차지한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찰리와 로즈 역으로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범작의 수준은 넘는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험프리 보가트는 찰리 올넛 역으로 자신의 영화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한번 수상한 경험이 있는 캐서린 헵번은 로즈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수상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캐서린 헵번은 후에 세 번이나 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