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1991)
에밀 졸라의 생애 (The Life of Emile Zola, 1937)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 (Psycho, 1960)’는 5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무섭다.
‘싸이코’가 여전히 최고의 공포 영화로서, 영화로부터 공포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공포 영화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도 유명한 장면인 마리온 크레인(Janet Leigh)이 샤워 도중에 난도질 당하는 장면 때문일까?
물론 이 장면은 지금 보아도 끔찍하기는 하지만 이 장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싸이코’가 모태가 되어 쏟아져 나온, 이른바 슬래셔 영화(slasher film)라고 불리는 공포 영화들에서는 이보다 더 끔찍한 장면들이 더 많이 나오지만
슬래셔 영화들은 공포 영화 팬들로부터 일찌감치 외면을 당했다.
슬래셔 영화들이 일찌감치 외면을 당한 이유는 살인마의 이유 없는 난도질과 희생자들의 피만 화면에 가득한 슬래셔 영화들의 비현실적인 살인마 캐릭터와 영화의 이야기 때문이다.
‘싸이코’에 등장하는 인간 괴물, 노먼 베이츠(Anthony Perkins)는 평소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젊은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이상 성격의 살인마가 된 것은 어렸을 때 부친을 잃은 후의 모친의 왜곡된 사랑과 세상으로부터의 소외로 인한 외로움 때문이었다.
노먼 베이츠는 인간 세상이 낳은 기형아인 셈이다. 관객들은 평범한 젊은이의 모습과 살인마의 모습을 함께 지닌 노먼 베이츠에 대한 공포와 함께
노먼 베이츠와 같은 이상 성격의 살인마들을 낳는 인간 세상에 대한 공포까지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도 공포를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한다.
‘싸이코’가 여전히 무서운 이유, 여전히 공포 영화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싸이코’와 같은 영화 장르에서, ‘싸이코’ 이후 최고의 영화로 평가 받고 있는 ‘양들의 침묵’에서는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보다도 더 무서운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Anthony Hopkins)가 등장한다.
“A census taker once tried to test me.
I ate his liver with some fava beans and a nice Chianti.”
(한 인구 조사원이 날 조사하려던 적이 있었어.
난 그의 간을 잠두와 좋은 치안티 한 잔과 함께 먹었지.)
렉터 박사가 노먼 베이츠보다도 더 무서운 건 이 식인 살인마가 사회의 지식층인 정신과 의사라는 점이다.
렉터 박사 또한 인간 세상이 낳은 인간 괴물이다. 영화에서는 렉터 박사의 과거가 직접적으로 언급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렉터 박사가 어렸을 때 학대를 당했고, 일찍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여러 정황들이 클라리스 스탈링(Jodie Foster)과의 대화와
그녀에게 느끼는 렉터 박사의 감정 속에 숨겨져 있다. 렉터 박사는 스탈링에게, 어렸을 때 모친을 여의고 마을의 보안관이었던
부친(Jeffrie Lane)마저 강도들에게 잃고서 고아가 된 어린 스탈링(Masha Skorobogatov)을 맡아준 모친의 사촌 부부로부터
두 달만에 도망을 친 이유가 대뜸 성학대를 당했기 때문이냐고 묻는다. 렉터 박사는 어렸을 때 양친을 잃고 일찍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한 스탈링에게 동정을 느낀다. 렉터 박사 자신도 어렸을 때 일찍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당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