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2001)
엽기적인 그녀 (2001)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일본, 중국, 인도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리메이크되었고,
심지어 미국에서도 ‘마이 쎄시 걸 (My Sassy Girl, 2008)’이란 제목의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다.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차태현)와, 견우가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전지현) – 그녀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
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74″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연재한
연애담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 연애담을 바탕으로 곽재용 감독이 ‘엽기적인 그녀’의 각본을 쓰고 ‘엽기적인 그녀’를 연출하기까지 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의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데, 마치 인터넷에 글을 올리듯 관객들에게 그녀와의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엽기적인 그녀’는 굳이 나눈 전반전과 후반전, 그리고 연장전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전은 공익 근무 요원으로 군대 생활을 마치고 복학을 한 견우가 전철에서 졸지에,
술에 취해 전철 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남자친구로 오해를 받게 되고,
결국은 그녀와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후반전은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견우가 좋아지는 만큼 죽은 그 사람한테 죄책감을 느끼고 결국
견우와 헤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연장전은 헤어진 견우와 그녀가 또다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는 12년이 지난 영화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와 그녀의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여러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들려주는데,
어떤 에피소드들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다분히 영화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억지스럽고 손발이 오그라들게 만드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 –
곽재용 감독이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으로 ‘엽기적인 그녀’의 프리퀄 비슷하게 만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2004)’를 포함해서 –
을 보면, ‘엽기적인 그녀’가 얼마나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곽재용 감독은 견우와 그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엽기적인 그녀’의 이야기에 운명과 미래인을 연관시켜 운명에 관한 아주 재미있는 장난을 쳐 놓았다.
그녀는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온 미래인이 지금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UFO는 아마 미래인이 타고 온 타임머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3년 전 견우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어둔 자리에서 견우가 늙은 것 같은 생김새의 노인(유순철)을 만나는데,
노인이 그녀에게 말한다. “운명이란 말이야, 노력하는 사람한테는 우연이란 다리를 놓아주는 거야.”
곧이어 마치 노인이 탄 타임머신인 듯 하늘 위로 UFO 비슷한 것이 날아가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그녀를 다시 만난 견우가
노인이 그녀에게 해준 말과 똑같은 말을 한다. “전 이렇게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너무 우연이라구요? 우연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랍니다.”
과연 노인은 미래에서 온 견우의 미래인일까? 그녀 또한 다시 만난 견우에게 말한다.
“못 믿겠지만, 나 미래인 만난 것 같애. 바로 너의 미래.”
이 노인은 영화의 초반부에서도 잠깐 나온다.
그녀가 전철에서 분홍남(김영준)을 혼낸 직후의 장면에서 전철의 좌석에 앉아서 견우와 술 취한 그녀를 차례로 쳐다보는 노인을 볼 수 있다.
과연 노인은 견우와 그녀에게 우연이란 다리를 놓아준 운명일까? 다시 말해 견우와 그녀가 만난 건 정말 운명일까?
‘엽기적인 그녀’에서 각각 견우와 그녀를 연기한 차태현과 전지현은 영화의 엄청난 성공으로 일약 스타가 된다.
전지현도 ‘엽기적인 그녀’에서만큼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차태현의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는 정말 일품이다.
신승훈이 부르는 ‘I Believe’와, 조지 윈스턴이 연주한 ‘캐논변주곡’이 영화의 감동을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