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수프 (Duck Soup, 1933)
오리 수프 (Duck Soup, 1933)
마지막 영화관 (The Last Picture Show, 1971)
‘오리 수프’는 그루초 막스, 하포 막스, 치코 막스, 그리고 제포 막스, 네 명의 막스 형제(Marx Brothers)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 – 뮤지컬 영화이기도 하다 – 이다. 배삼룡, 구봉서 등 우리나라 옛 코미디언들도 잘 모르는 내가 미국의 옛 코미디언인 막스
형제를 알게 된 건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7년에 10주년 기념판으로 새로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10주년 기념판 (AFI’s 100 Years…100 Movies 10th Anniversary Edition)”에서 85위에 랭크되어 있는
‘오페라의 밤 (A Night at the Opera, 1935)’을 통해서였다. 막스 형제는 총 13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오리 수프’는 막스 형제의 다섯번째 영화이자, 네 명의 막스 형제가 모두 출연한 마지막 영화이다.
제포 막스는 ‘오리 수프’를 마지막으로 연예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데 ‘오리 수프’만 봐도 그만둔 이유
그루초, 하포, 치코와는 달리 캐릭터도 없고 재미도 없다 – 를 알 수 있게 된다.
‘오리 수프’는 “위대한 미국 영화 100 10주년 기념판”에서 60위에 랭크되어 있다.
‘오리 수프’의 영화의 이야기는 빈약하다.
사실 ‘오리 수프’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오리 수프’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단지 결코 길지 않은 – ‘오리 수프’의 상영 시간은 68분밖에 되지 않는다
영화를 전개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오리 수프’가 관객들에게 주는 재미는 영화의 이야기 자체보다는 막스 형제의 말장난과 슬랩스틱 코미디로부터 나온다.
영화의 이야기는 빈약하지만 그루초가 연기하는 프리도니아의 지도자 루퍼스 T. 파이어플라이(Groucho Marx)는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자신을 조롱하는 것이라 여겨 이탈리아에서의 ‘오리 수프’의 상영을 금지시켰다.
사실 코미디 영화는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모르면 100% 이해하기가 어렵다.
말장난이 많이 나오는 ‘오리 수프’는 더욱 그렇다. ‘오리 수프’에 나오는 어떤 말장난은 한국어로 번역해서 자막으로 만들기도 힘들다.
이웃나라 프리도니아를 지배하려는 실바니아의 대사 트렌티노(Louis Calhern)는 파이어플라이 주변에 파견한 스파이
치콜리니(Chico Marx)로부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스파이 활동을 보고 받는다.
하지만 치콜리니가 엉뚱한 소리만 하자 트렌티노가 치콜리니에게 묻는다. “그럼 파이어플라이를 미행하지 않았단 말이오?” 치콜리니가 대답한다.
“우린 파이어플라이를 그림자처럼 미행했지요. 하루종일 미행했지요.” 트렌티노가 다시 묻는다.
“그게 언제요?” 치콜리니가 대답한다.
“Shadowday….(그림자날….)” – 발음이 토요일인 Saturday와 비슷하다.
실바니아와의 전쟁이 터지자 핑키(Harpo Marx)가 말을 타고 마을을 달리면서 적의 침공을 알리는 나팔을 부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1775년 4월 18일 새벽에 영국군의 침공을 알린 미국의 역사적인 인물 폴 리비어(Paul Revere)를 흉내내고 있는 장면이다.
당시 폴 리비어의 활약으로 미국 독립 전쟁의 포문을 연 렉싱턴 콩코드 전투(Battles of Lexington and Concord)에서 미국이 대승을 거두게 된다.
‘오리 수프’ 당시에는 영화에 대한 검열이 심했었는데, 성적인 암시를 깔고 있는 파이어플라이의 말장난의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트렌티노가 파견한 스파이 베라 마칼(Raquel Torres)이 파이어플라이에게 나중에 함께 춤을 추자고 파이어플라이를 유혹하자, 파이어플라이가 말한다.
“젖소들이 집에 올 때까지 난 당신과 춤을 출 수 있소. (베라 마칼의 가슴을 힐끗 보며)
다시 생각해 보니 차라리 당신이 집에 올 때까지 젖소들과 춤을 추겠소.”
또다른 장면에서는 자산가인 티스데일 여사(Margaret Dumont)를 유혹하는 파이어플라이가 티스데일 여사에게 말한다.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당신 머리 위에 있는 루퍼스가 전부요.”
‘오리 수프’에서 막스 형제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는 장면들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은 핑키와 치콜리니가 노점상(Edgar Kennedy)의
모자를 뺏으면서 노점상을 바보로 만드는 장면과, 핑키와 파이어플라이의 거울 장면이다.
또한 전쟁 중인 파이어플라이가 무전기를 통해 지원을 요청하자, 소방관, 경찰관, 마라톤 선수, 카누 선수, 수영 선수, 원숭이, 코끼리,
돌고래가 달려오는 장면과, 핑키의 배에 새겨진 개집 문신에서 진짜 개가 나타나는 장면도 유명한 장면들이다.
‘오리 수프’의 원제목은 ‘Duck Soup’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힘들지 않는 일”, “쉬운 일”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