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자극적인 장면이 난무한 영화와 드라마가 수없이 제작되고 소비되며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모으는 시대.
하지만 자극적인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자극적인 장르물로 변주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전개하는 영화는 단순히 ‘착한 영화’로 분류될 수 있지만,
무해한 영화 그 이상으로 따뜻한 에너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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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그러한 영화 중 하나로 관객들의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 최민식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작품이자, 250:1의 경쟁률을 뚫은 배우 김동휘의
스크린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이다.
탈북 후,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고 있는
이학성(최민식)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에게 ‘인민군’으로 불리며 기피 대상으로 여겨진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그러던 어느 날, 기숙사에서 쫓겨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는 우연히 마주친 이학성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여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고, 잠들었던 사이에 자신에게 있었던 고난도의 수학 문제지를
그가 다 풀어두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수포자’ 지우는 학성에게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상반된 두 사람이 만났다. 경쟁 사회에서 수학에 발목이 붙잡힌 10대 소년, 그리고 수학이라는 학문에 애정이 있는 중년의 수학 천재.
영화는 두 사람이 수학이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 인해서 시작되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통해 하나의 큰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 속,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과 자신의 정체를 숨긴 천재 수학자가 만났다.
이들은 오로지 수학이라는 공통분모로 얽혀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도, 어려워했던 어른들에게도 수학이 친숙하거나 즐겁게 느껴질 표현들을 내세운다.
즉, 영화는 수학이라는 학문을 내세우기보다, 수학을 포기한 학생과 천재 수학자라는
상반된 관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교감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쌓아나가며 흥미를 유발한다.
단순히 10대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 확장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단순히 수학을 가르쳐주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자,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메시지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단순히 ‘수학’에 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을 소재로 삶을 말한다는 그 포인트만으로도 흥미로운 영화라 말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그 어떤 영화보다 나에게 있어서 흥미를 유발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였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청소년 시절 수학을 좋아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수학과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했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수학을 소재로 쓰고 있다는 점에서 나아가, 숫자를 음악으로 접근한 ‘파이(π)송’을 비롯하여
두 인물의 삶을 통해 수학을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도 마음을 울려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영화를 보는 그 순간에 빠져들어,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감정에 취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