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이지 라이더 (Easy Rider, 1969)
모두가 왕의 부하들 (All the King’s Men, 1949)
1967년,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로 시작된 이른바
“아메리칸 뉴 시네마(American New Cinema)” 또는 “뉴 할리우드(New Hollywood)” 시대는 1969년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해에 뉴 할리우드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걸작들 – 존 슐레진저 감독의 ‘미드나잇 카우보이 (Midnight Cowboy, 1969)’,
데니스 호퍼 감독의 ‘이지 라이더’,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 (The Wild Bunch, 1969)’,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 – 이 쏟아져 나온다.
뉴 할리우드 영화들은 주로 범법자와 같은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성세대와 현실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의 권위에 반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뉴 할리우드 영화들의 이러한 내용과 함께, 젊은 영화인들에 의한, 기존의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폭력이나 섹스에 대한 사실적이고,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묘사는, 특히 젊은 층 관객들의 코드와 맞아떨어져, 영화의 이야기나 분위기가 굉장히 어둡고
비관적임에도 불구하고 뉴 할리우드 영화들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데니스 호퍼 감독이 32세의 젊은 나이에 만든 ‘이지 라이더’ 역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기성세대와 현실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으며, 마리화나를 피우고 마약을
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파격적인 장면들은 당시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지 라이더’의 이야기는 정말 단순하다. LA에서 마약을 팔아 큰 돈을 번 와이어트(Peter Fonda)와 빌리(Dennis Hopper) –
와이어트와 빌리는 미국의 전설적인 영웅들인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와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에서 딴 이름들이다 –
는 루지애나주의 뉴올리언즈에서 열리는 마르디 그라(Mardi Gras) 축제를 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기로 한다.
와이어트와 빌리는 뉴올리언즈로 가는 도중에 미국의 상징인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와 타오스 푸에블로(Taos Pueblo)를
포함한 미국의 여러 곳을 보면서 자신들이 태어난 미국을 체험하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과 집단들 –
멕시코인 부인과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 농장주(Warren Finnerty), 히피들의 공동 부락, 변호사 조지(Jack Nicholson),
그리고 편견이 가득한 한 마을의 주민들 등 – 을 만나게 된다.
‘이지 라이더’에서 와이어트와 빌리의 뉴올리언즈로의 여행은 마르디 그라 축제를 보기 위해 떠나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기성세대와 현실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상징하고 있으며, 또한 와이어트와 빌리가 뉴올리언즈로의
여정에서 접하는 미국과 미국 사회의 여러 단면들을 통해 미국 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 모순들을 비판하고 있다.
와이어트와 빌리가 미국의 경치를 배경으로 오토바이를 질주하는 장면들에서 나오는 로큰롤 음악 – Steppenwolf의
‘Born to Be Wild’, The Band의 ‘Weight’, Jimi Hendrix의 ‘If 6 Was 9’, Bob Dylan의 ‘It’s Alright, Ma (I’m Only Bleeding)’ 등 –
은 와이어트와 빌리가 만끽하는 젊음과 자유를,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