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itness for the Prosecution, 1957)
정부 (Witness for the Prosecution, 1957)
“극장 경영진 측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의 더 큰 재미를 위해서 ‘정부’의 결말의 비밀을 누설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고 출연진을 소개하는 자막이 나오는 장면과 함께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이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전하는 경고성 메시지이다.
그만큼 ‘정부’는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 주는 반전이 대단한 영화이다.
‘정부’는 영화의 마지막에 최고의 반전을 보여 준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s, 1995)’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반전을 보여 준다.
게다가 ‘정부’는 영화의 마지막에 한번이 아니라, 연달아 두 번의 대단한 반전을 보여 준다.
반전에 반전을 보여 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 왜 한국에서는 원제목과는 전혀 다른 ‘정부’라는 영화 제목을 갖다붙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정부’의 원제목은 ‘검찰 측 증인’인데, ‘정부’는 세계적인 여류 추리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 ‘검찰 측 증인
(Witness for the Prosecution)’을 바탕으로 쓴 희곡을, 래리 마커스가 각색하고,
빌리 와일더 감독과 해리 커니츠가 각본을 쓰고
빌리 와일더 감독이 연출을 한 법정 드라마 영화이다.
‘정부’는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단 한 개도 수상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0개의 영화 장르에서 각각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 (AFI’s 10 Top 10)”의 법정 드라마 장르 부문에서 6위에 랭크되어 있는 영화이다.
병원에서 막 퇴원한 법정 변호사 윌프리드 경(Charles Laughton)은 건강상 자극적인 형사 사건은 맡으면 안 된다는
개인 간호사 플림솔 양(Elsa Lanchester)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돈 많은 과부 프렌치 부인(Norma Varden)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레너드 보울(Tyrone Power)의 변호를 맡는다.
레너드 보울의 유일한 알리바이는 프렌치 부인이 살해당한 시각에 집으로 돌아온 자신을 아내인 크리스틴(Marlene Dietrich)이 봤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윌프리드 경은 헌신적인 아내의 증언은 재판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크리스틴을 증인석에 세우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오히려 검찰 측 증인으로 증인석에 서서 레너드 보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마지막 재판을 앞두고 윌프리드 경은 미지의 여자 제보자로부터 크리스틴이 위증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 줄 결정적인 증거물을 얻게 된다.
‘정부’와는 달리 원작에서의 주인공은 레너드 보울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출연진을 소개하는 자막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조연급인데도 불구하고 레너드 보울을
연기하는 타이론 파워의 이름이 제일 먼저 소개된다. 하지만 원작과는 달리 ‘정부’에서는 타이론 파워와,
크리스틴을 연기하는 마를렌 디트리히에 이어 세번째로 소개되는 찰스 로튼이 연기하는 윌프리드 경이 주인공이다.
찰스 로튼은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정부’가 윌프리드 경을 주인공으로 바꾼 이유는 아마도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 주는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원작을 보지 않아서 원작에서의 결말은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정부’만 놓고 봤을 때, 만약 레너드 보울의 관점에서 영화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 주는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