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1949)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1949)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 1951)
‘제3의 사나이’는 이야기의 무대인 2차 세계 대전 직후의 빈의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전쟁 중 폭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빈은 네 구역으로 분할되어,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의 네 나라가 각 구역을 점령하고 있고,
도시의 중심은 네 나라에서 파견한 국제 경찰이 치안을 맡고 있지만, 모두가 이방인들로,
이들 중 소수의 독일인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같은 언어로 말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사람들이 원하고 살 돈만 있다면 무엇이든 밀매되는 암시장이 성행하고 있었다.
이 어지럽고 부패한 도시에 순진한 미국인 홀리 마틴스(Joseph Cotten)가 발을 들여놓는다.
파산 직전의 싸구려 서부 소설 작가인 홀리는 일자리를 제안한 친구 해리 라임(Orson Welles)을 보기 위해 빈에 온 것이다.
하지만 홀리는 빈에 도착하자 마자 갑자기 교통 사고로 죽은 해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제3의 사나이’는 해리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해서 해리의 “진짜” 장례식 장면으로 끝난다.
홀리는 사고 현장에서 해리의 시체를 옮긴 해리의 친구 커츠 남작(Ernst Deutsch)과,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해리의 아파트
짐꾼(Paul Hoerbiger)의 서로 다른 진술로 해리의 죽음에 의심을 품게 된다.
홀리는 짐꾼으로부터 커츠 남작과 해리의 또 다른 친구인 루마니아인 포페스쿠(Siegfried Breuer),
그리고 또 다른 제3의 사나이가 사고 현장에서 해리의 시체를 옮기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또한 홀리는 캘러웨이 소령(Trevor Howard)으로부터 해리가 교통 사고로 죽기
전에 가짜 페니실린을 밀매했다는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제3의 사나이’는 영국의 영화 제작자 알렉산더 코다와, 미국의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이 공동으로 제작을 하고, 캐롤 리드 감독이 연출을 한 필름 누아르(film noir)이다.
‘제3의 사나이’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998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Movies)”에서 57위를, 영국 영화 연구소(British Film Institute, BFI)가
1999년에 선정한 “20세기의 위대한 영국 영화”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제3의 사나이’는 긴장감과 반전이 있는 그레이엄 그린의 각본에,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로버트 크래스커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촬영, 그리고 안톤 카라스의 치타 선율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필름 누아르이다.
필름 누아르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타락한 곳이고, 타락한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사상이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제3의 사나이’에서 이야기의 무대인 폐허의 도시 빈은 타락한 세상이고, 등장인물들 거의 모두가 타락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교통 사고로 죽은 것처럼 위장한 해리, 그리고 해리와 한 패인 커츠 남작, 포페스쿠,
빈클 박사(Erich Ponto) 모두 타락한 인물들이다. 해리의 연인인 안나 슈미트(Valli)도 올바르게 보이진 않는다.
홀리는 안나를 사랑하게 되지만 안나는 오직 해리만을 생각한다. 영화는 명확하게 말해 주지는 않지만 안나
또한 교통 사고로 죽은 것처럼 위장한 해리의 음모에 가담했는지도 모른다. 안나는 해리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In Italy for thirty years under the Borgias, they had warfare, terror, murder, bloodshed,
but they produced Michelangelo, Leonardo da Vinci, and the Renaissance.
In Switzerland they had brotherly love, 500 years of democracy and peace,
and what did that produce? The cuckoo clock. So long, Holly.”
(이탈리아는 30년간 보르자 가문 아래서, 전쟁, 테러, 살인, 유혈의 시대를 가졌지만,
그들은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를 낳았지.
스위스는 형제애, 500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가졌지만,
그들은 무엇을 낳았나? 뻐꾸기 시계뿐이야. 또 보세, 홀리.)
빈에서 현지 촬영을 한 ‘제3의 사나이’는 로버트 크래스커의 독특하고 감각적인 촬영으로 빈을 타락한 세상으로 묘사한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듯 카메라를 기울여 찍은 화면들과, 기묘한 조명으로 마치 도시 전체를 덮을 듯 건물과 거리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들로 타락한 도시 빈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흘러나오는 안톤 카라스의 치타 선율도 타락한 도시 빈을 표현하는 데 한몫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