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레 Cabaret 1972
카바레 Cabaret 1972
롭 마샬 감독의 ‘시카고’는 살인 혐의로 수감 중에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데에만 혈안이 된 두 여자 주인공,
록시 하트(Renee Zellweger)와 벨마 켈리(Catherine Zeta-Jones), 그리고 록시의 남편 에이모스 하트(John C. Reilly)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록시를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게 해주는 타락한 변호사 빌리 플린(Richard Gere)을 통해 타락한 세상을 풍자한다.
특히 ‘시카고’는 영화 형식의 장면과 뮤지컬 형식의 장면의 절묘한 교차 편집으로 전개되는데,
영화 속 현실 세계와 무대 위 쇼의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하여 마치 세상은 쇼를 위한 무대일 뿐이며,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무대 위의 쇼 같은 것이라며 타락한 세상에 냉소를 보낸다.
‘카바레’도 ‘시카고’와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다. 나치가 힘을 얻기 시작하던 1931년의 베를린이 배경인 ‘카바레’는
몽상적이고 퇴폐적인 샐리와, 양성애자인 브라이언, 그리고 샐리와 브라이언을 동시에
유혹하는 막시밀리언의 난잡한 삼각관계를 통해 나치에 물들어 가는 타락한 세상을 풍자하고 있다.
특히 ‘카바레’는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한 영화답게 킷캇 클럽의 음흉한 무대 사회자(Joel Grey)의 진행으로 펼쳐지는 무대 위의
쇼를 적절하게 삽입하여 막시밀리언의 돈의 유혹에 넘어간 샐리에 냉소를 보내기도 하고, 샐리, 브라이언,
막시밀리언의 난잡한 삼각관계에 냉소를 보내기도 하고, 나치에 물들어 가는 영혼을 상실한 듯한 베를린 사람들에 냉소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타락한 세상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또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는 것이다.
유대인 신분을 감추고 살아온 프리츠 웬델(Fritz Wepper)은 자신처럼 브라이언에게 영어를 배우는 부유한 유대인 여자 나탈리아
랜다우어(Marisa Berenson)와 사랑에 빠진다. 프리츠는 나치가 득세하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유대인 신분을 나탈리아에게 밝히고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세상에 냉소적인 킷캇 클럽의 음흉한
무대 사회자는 ‘If You Could See Her’을 부르면서 프리츠와 나탈리아의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에도 냉소를 보낸다.
샐리는 아버지가 브라이언인지, 아니면 막시밀리언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다.
샐리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브라이언은 샐리에게 청혼을 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기에는 너무나 자유분방한 샐리는 아이를 지우고,
이에 실망한 브라이언은 영국으로 돌아간다. 샐리가 브라이언을 떠나보낸 후 킷캇 클럽의 무대 위에서 마치 모든 것을 초탈한 사람처럼
“인생은 카바레다”라는 가사가 나오는 ‘Cabaret’를 부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킷캇 클럽의 무대 위 거울에 비친 나치 당원들의 뒤틀린 모습을 보여 주는 ‘카바레’의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어머니가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1939)’에서 도로시(Judy Garland) 역으로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주디 갈란드이고,
아버지가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 (Meet Me in St. Louis, 1944)’, ‘파리의 미국인 (An American in Paris, 1951)’,
‘지지 (Gigi, 1958)’ 등을 연출한 뮤지컬 영화의 거장 빈센트 미넬리 감독인 리자 미넬리는 자유분방함과 거짓으로 자신의
타락성을 감추려는 샐리 보울스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음흉하고 냉소적인 킷캇 클럽의 무대 사회자 역의 조엘 그레이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