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씨 (Tootsie, 1982)
투씨 (Tootsie, 1982)
시드리 폴락 감독이 연출을 한 ‘투씨’는 정말 많이 웃기는 코미디 영화이다.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0년에 선정한 “웃기는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Laughs)”
에서 1위가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 (Some Like It Hot, 1959)’이며, 2위가 바로 ‘투씨’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영화는 여장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것이 좋아’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남성 중심의 영화라면, ‘투씨’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성 차별을 이야기하는 여성 중심의 영화이다.
그래서 ‘투씨’는 주인공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클 도르시(Dustin Hoffman)는 20년 동안 실업자로 지낸 배우이다.
사람들과의 잦은 언쟁으로 뉴욕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어느 누구도 자신을 채용하지 않을 거라는 에이전트 조지 필즈(Sydney Pollack)의 말에 오기가
생긴 마이클은 여장을 하고 “도로시 마이클스”란 이름으로 TV 연속극 “사우스웨스트 병원”에서 병원의 새로운 여자 관리인 에밀리 킴벌리를 연기할 여자 배우를 뽑는 오디션을 보러 간다.
“도로시” 마이클은 오디션에서도 연속극 감독인 론(Dabney Coleman)과 언쟁을 벌이지만, 프로듀서 리타(Doris Belack)의 눈에 들어 오디션에 합격한다.
“도로시”는 종종 주어진 대본과는 다른 즉흥연기로 제작진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하지만
여자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강한 여성의 캐릭터로, 특히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게 된다.
마이클이 “도로시”로 행세하면서 벌어지는 소동들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투씨’는 단순히 코미디 영화로 보아도 재미있는 영화이지만
단순히 코미디 영화로 보고 넘기기에는 영화 곳곳에 사회에서 여성들이 받는 성 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
론은 오디션을 보러 온 “도로시”의 외모만 보고 “도로시”에게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도로시”가 오디션에 합격하고 첫 촬영을 하는 날, 배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는 론은 남자 배우인 존 반 혼(George Gaynes)의 어리석은
질문에는 대답을 해주는 반면, “도로시”와 자신의 연인인 줄리(Jessica Lange)는 말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무시를 한다.
마이클은 “도로시”로 행세하면서 여성들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고초와 불이익을 경험한다.
“도로시”가 쇼핑백들을 들고 택시에 타려는 순간, 한 남자가 “도로시”가 연약한 여자라는 점을 이용해 택시를 가로채려 한다.
출근 첫날 아침, “도로시”가 여자의 목소리로 택시를 불렀지만 택시 기사는 “도로시”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도로시”를 그냥 지나치려 한다.
하지만 “도로시”가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로 다시 부르자 택시 기사는 바로 차를 세운다.
“도로시”는 촬영장에서 존 반 혼에게 반항할 겨를도 없이 키스를 당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집에까지 온 존 반 혼에게 강간까지 당할 뻔한다.
또한 “도로시”는 론이 자신을 “투씨(tootsie)”라고 부르며 자신을 함부로 대하자, 자신의 이름은 “도로시”라고 론을 호되게 질책한다.
마이클은 자신이 여성들의 대변자라도 되는 것처럼 “도로시”를 통하여 연속극에서뿐만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 준다.
“도로시”의 당당함을 지켜본 줄리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론에게 자신이 끌려가고 있다 생각하고 론과 헤어지기로 결심을 한다.
마이클은 “도로시”일 때는 마치 페미니즘의 대표자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마이클일 때는 자신 또한 남자로서 론과 다를 바 없는 행동들을 한다.
오랜 이성 친구인 샌디(Teri Garr)와 실수로 잠자리를 같이 한 마이클은 줄리에게 호감을 가진 이후부터는 샌디를 계속해서 속이고 무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