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러 The Hustler 1961
허슬러 The Hustler 1961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후, 가장 애정했던 배우는 단연 폴 뉴먼이었다.
비록 이제는 그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없지만, 그의 영화와 인생은 여전히 내게 특별한 감동을 준다.
폴 뉴먼은 단순히 훌륭한 외모와 연기로 스크린을 빛낸 배우일 뿐만 아니라, 자선 사업가와 인도주의자, 카레이서로도 멋진 삶을 살다 간 인물이었다.
그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참으로 매력적인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다양한 걸작들이 많지만, 젊은 시절의 뉴먼이 가진 매력과 에너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는 바로 허슬러라고 본다.
허슬러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모두가 왕의 부하들(All the King’s Men, 1949)의 로버트 로센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포켓볼을 소재로 삼은 이 영화는 꿈을 이루기 위한 젊은이의 감동적인 여정을 그리는 대신,
현실의 냉혹함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장해가는 냉소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인생에서 “이긴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탐구하는 고뇌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폴 뉴먼이 연기한 에디는 찰리와 함께 당구 도박을 하며 떠도는 생활을 이어가는 도박꾼이다.
최고 포켓볼 선수인 미네소타 팻츠와 대결하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려 하지만, 오만함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내리막길을 걷던 그는 버스 터미널에서 알코올 중독자이며 장애를 가진 사라를 만나 동거하며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재기의 기회를 엿보던 에디는 도박사 버트와 손을 잡고 다시 포켓볼 세계로 뛰어들지만, 점점 더 타락해 간다.
이를 지켜보는 사라는 어떻게든 그를 설득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버트에게 모욕감을 느낀 사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그녀의 죽음은 에디에게 깊은 깨달음을 안겨준다.
그는 자신의 사랑과 미네소타 팻츠와의 첫 대결에서 진 이유를 비로소 이해한다.
냉철함 없이 승리를 쟁취할 수 없으며, 승리에 집착하면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 에디는 미네소타 팻츠와의 재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지만, 그 대가로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을 맛본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버트에게 전한다. 이때 미네소타 팻츠가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승리와 그에 따른 고통의 현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이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이나 만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영화에는 실제 포켓볼 챔피언 윌리 모스코니가 기술 자문으로 참여했으며,
미네소타 팻츠와 에디의 경기를 주관하는 윌리 역할로 잠깐 등장한다.
또한 분노의 주먹(Raging Bull, 1980)의 실제 모델인 권투 선수 제이크 라 모타가 바텐더 역할로 카메오 출연하기도 한다.
폴 뉴먼은 이 영화에서 에디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25년 후, 허슬러의 속편 격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컬러 오브 머니(The Color of Money, 1986)에서 나이 든 에디를 연기하며 결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