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8)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8)
정오의 출격 (Twelve O’Clock High, 1949)
“전투의 쾌감에의 중독은 강력하고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전쟁은 마약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크리스 헷지스”
지금까지 전쟁의 공포와 광기를 다룬 영화들은 많이 나왔다.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30)’부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 올리버 스톤 감독의 ‘플래툰 (Platoon, 1986)’,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까지.
이들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1, 2차 세계 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이었다. 여성 영화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연출한 ‘허트 로커’는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의 공포와 광기를 다룬 영화이다.
‘허트 로커’는 지금까지 나온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허트 로커’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발물을 처리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 EOD팀에 임무 수행 중 사망한
팀장 맷 톰슨 중사(Guy Pearce)의 후임으로 윌리엄 제임스 중사(Jeremy Renner)가 부임한다.
하지만 윌리엄 제임스 중사는 독단적인 임무 수행으로 팀원들을 위험천만한 상황에 빠뜨리고,
이로 인해 팀원인 JT 샌본 하사(Anthony Mackie)와 오웬 엘드리지 상병(Brian Geraghty)과 갈등을 빚는다.
‘허트 로커’는 전투의 쾌감에 중독된 듯한 윌리엄 제임스 중사의 무모한 임무 수행과,
이로 인해 생기는 EOD 팀원들의 갈등 속에서 이들이 느끼는 극도의 긴장감과 전쟁의 공포, 광기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허트 로커”는 군대 속어로 심각한 부상을 의미하는데, 영화에서는 외상보다는 정신적 외상을 의미하고 있다.
‘허트 로커’의 등장 인물들은 전쟁 속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오웬 엘드리지 상병은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전투 경험이 없는 군의관
존 캠브리지 대령(Christian Camargo)은 이러한 오웬 엘드리지 상병을 이해하지 못한다.
윌리엄 제임스 중사는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아예 초월한 듯하다.
그의 행동은 투철한 군인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광기에 가깝다. 전장에서는 그토록 저돌적이었던 윌리엄 제임스 중사는
미국으로 돌아와 슈퍼마켓에서 시리얼을 고르는 데는 주저하는, 평범한 생활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허트 로커’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리드 대령(David Morse)이다. 부상 당한 사람을 그냥 죽게 내버려두고,
윌리엄 제임스 중사를 광적으로 영웅화하는 리드 대령의 광기 어린 모습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눙강 입구의 베트콩 마을을 공습하는 와중에도 서핑을 즐기려는 미친 킬고어 중령(Robert Duvall)을 연상시킨다.
‘허트 로커’는 핸드 헬드 카메라(hand-held camera) 촬영 기법을 이용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촬영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전장의 분위기를 리얼하게 묘사하여 EOD 팀원들이 전장에서 느끼는 공포와 긴장감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폭파 장면에서는 최첨단 슬로우 촬영 기법으로 모래알이 하나하나 튀어 오르는 정교한 모습을 담아내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윌리엄 제임스 중사가 땅 속에 묻혀 있던 전선을 잡아당기자 땅 속에 묻혀 있던
포탄들이 드러나는 장면은 윌리엄 제임스 중사뿐만이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허트 로커’는 전쟁의 공포와 광기를 다룬 이야기 속에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을 넌지시 비판하고 있다.
윌리엄 제임스 중사는 몸 속에 폭탄이 설치된 채 처참하게 죽은 소년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