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6
황야의 결투 My Darling Clementine 1946
아리조나주 툼스톤에서 벌어진 OK 목장의 결투는 미국 서부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총격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었다.
비록 모든 관련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그중 존 포드 감독의 ‘황야의 결투’가 가장 낭만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황야의 결투’는 실제 역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역사적 사실과 연결될 만한 것은 등장인물 몇 명의 이름뿐이고, 그 외의 전개는 거의 허구라 할 수 있다.
헤리 펀다의 와이어트 어프, 워드 본드의 모건 어프, 팀 홀트의 버질 어프, 그리고 제임스 어프 등
네 형제는 소 떼를 몰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도중 툼스톤이라는 무법천지의 마을 근처를 지나게 된다.
와이어트와 모건, 버질은 막내 제임스에게 소 떼를 맡기고 이발하고 맥주를 마실 겸 툼스톤에 들른다.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던 와이어트는 건너편 술집에서 취객으로 난동을 부리는 인디언 찰리를 맨손으로 제압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툼스톤 시장은 와이어트에게 보안관직을 제안하나, 그는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나 클랜턴과 그의 아들들이 제임스를 살해하고 소 떼를 훔치자, 와이어트는 복수를 결심하며 보안관직을 받아들인다.
‘황야의 결투’는 제목이나 소재상 유명한 OK 목장의 결투를 다룬 서부 영화로 보이지만, 화려한 총격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OK 목장의 결투조차 간단히 마무리된다.
이러한 연출은 한국어 제목에 현혹되어 긴장감 넘치는 총격전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의 초점은 OK 목장의 결투 자체가 아닌 툼스톤의 새로운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와 마을 실세이며
술집을 운영하는 닥 홀리데이, 닥과 사랑에 빠진 술집 여인 치와와, 동부에서 닥을 찾아온 클레멘타인 카터 등 네 인물 간 관계에 있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서부에 문명이 도래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원제 ‘My Darling Clementine’에서 클레멘타인은 곧 “문명”을 나타낸다.
와이어트와 닥 홀리데이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우정을 쌓아간다.
와이어트는 셰익스피어 구절을 읊으며 지적인 모습을 보이는 닥이 과거 동부에서 의사로 활동했음을 알게 되고,
그가 치와와와 클레멘타인 사이에서 방황하며 알코올에 의존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닥은 과도기적인 서부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와이어트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법을 준수하려는 모습으로 닥에게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닥 역시 와이어트를 인간적으로 존중하게 된다.
와이어트가 보안관에 임명된 후, 툼스톤은 조금씩 질서를 찾아간다. 무법자 클랜턴 일당과의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나 교회가 세워지고
주민들 사이에 안정이 감돌기 시작한다. 동부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클레멘타인은 와이어트에게
툼스톤의 공기와 사막의 꽃향기가 좋다고 말하며 마을이 문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클레멘타인은 와이어트를 교회 예배에 초대하고, 예배 후 열리는 파티에서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게 된다.
다소 어색해하며 용기를 내지 못하던 와이어트가 결국 클레멘타인에게 춤을 청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하이라이트로, 서부의 거친 환경과 동부의 문명이 서로 어우러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