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번가의 기적 (Miracle on 34th Street, 1947)
34번가의 기적 (Miracle on 34th Street, 1947)
크리스마스 시즌과 관련된, 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보게 되는 세 편의 영화들이 있다.
바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1946)’과 조지 시턴 감독의 ’34번가의 기적’,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브렛 래트너 감독의 ‘패밀리 맨 (The Family Man, 2000)’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편의 영화들 중에서 ‘멋진 인생’을 가장 좋아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시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는 ’34번가의 기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뉴욕시 34번가에 위치한 메이시 백화점(Macy’s)의 직원인 도리스 워커(Maureen O’Hara)는 사람은 현실적이어야 하고 아이들에게도
산타 클로스와 같은 헛된 꿈이나 상상보다는 현실만을 직시하게끔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 그래서 딸 수잔(Natalie Wood)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하고 있는 굉장히 현실적인 여성이다. 하지만 도리스는 자신을 산타 클로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제로 산타 클로스일 수도 있는 – 크리스 크링글(Edmund Gwenn) – 크리스 크링글(Kris Kringle)이라는 이름 또한 산타 클로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라는 후덕해 보이는 한 노인과 이웃에 사는 마음씨 착한 변호사 프레드릭 게일리(John Payne)를 통해 자신의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34번가의 기적’은 누구나가 어렸을 때 가졌던 의문인 산타 클로스의 존재에 대한 믿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산타 클로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은 세상을 꿈과 상상력으로 바라보는 – 물론 요즘 어린 것들은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보이기는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34번가의 기적’은 이러한 산타 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는 세상을 지극히 현실적으로만 바라보게 된 어른들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다루고 있어,
어른 관객들로 하여금 어렸을 때 가졌던 산타 클로스에 대한 상상의 세계를,
적어도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다시 한번 가져볼 수 있게끔 해주는 아주 기특한 영화이다.
영화를 소개해 주는 영화 관련 서적들이나 인터넷의 수많은 영화 관련 사이트들을 보면 대부분 ’34번가의 기적’을 판타지
영화로 분류를 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데, ’34번가의 기적’을 단순히 판타지 영화라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의 진정한 의도와 매력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판타지”라는 단어는 처음부터 아예 이 영화를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34번가의 기적’은 ‘멋진 인생’이나 ‘패밀리 맨’처럼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믿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34번가의 기적’에서 나오는 산타 클로스라고
생각되는 산타 클로스는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산타 클로스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반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34번가의 기적’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게일리가 지팡이를 발견하고는 크리스 크링글이 진짜
산타 클로스인가 의심을 하는 것처럼 관객들도 게일리와 같은 의심을 영화를 보는 내내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