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 톰 한센이라는 소년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전까진 행복할 수 없다고 믿었다. 어릴 때부터 우울한 영국음악에 빠졌고, 영화 ‘졸업’을 잘못 이해했던 탓이다.
썸머 핀이라는 소녀는 그와 달랐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부터 2가지에 집착하게 됐다.
첫째는 검은 긴 머리였고, 둘째는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느끼는 무덤덤함이었다.
[ 영화 아메리칸 셰프 (Chef, 2014) 리뷰 토스트가 먹고 싶어지는 영화 ]
사랑 같은 건 없다, 환상이다. 저는 이게 정말 썸머의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사랑을 원하고 있었다고, 깊은 상처가 있기에 그 상처를 보듬어줄 사람을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모순이죠.
말로는 사랑은 없다면서 사실은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톰의 말에 썸머는 분명 동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심 톰에게 기대했을 수도 있죠.
만일 누군가 나에게 저렇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한 번쯤은 눈길이 가지 않을까요.
그런 이유에서였을까요? 저 회식날 이후 회사 복사실에서 썸머는 톰에게 먼저 다가가 키스를 합니다.
톰과 처음 대화를 했던 날, 썸머는 톰이 듣는 음악에 대해 묻습니다.
자신의 취향이라고 하죠. 썸머는 건축 문외한이지만 톰이 건축을 좋아하기에 관심을 보입니다.
톰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관심을 보이고, 가구매장에 가서 톰의 장단에 맞춰주고,
또 톰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썸머에게도 좋아하는 장소가 됩니다.
톰과 이별한 후 동료의 결혼식 장으로 가던 길에 톰을 봤을 때도 썸머는 톰이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썸머는 톰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래서 그가 좋아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같이 좋아해주고 맞춰주려고 했습니다.
썸머는 정말로 톰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자신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사실을요.
애인도 싫다더니 이젠 유부녀가 됐네.
썸머 : 있잖아, 톰 고백할게 있는데 사실 난 진지하게 만날 생각은 없어. 그래도 괜찮아?
톰 : 응.
썸머 : 황당해하는 사람도 있던데..
톰 : 난 아냐.
썸머 : 정말?
톰 : 그래, 편하게 천천히 하자.
썸머 : 응. 부담 안 가질게.
500일의 썸머
톰이 썸머에게 전 남자친구들과 헤어진 이유를 물었을 때 다 똑같다고 했습니다.
톰과 헤어진 이유도 그들과 다를바 없습니다. 톰도 진지한 만남은 싫다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전 남자친구들과 마찬가지로요. 톰은 썸머를 자신의 운명이라 확신했고 그런 그녀를 정말 사랑했고, 이별 후에도 많이 고통스러워했습니다.
하지만 톰은 썸머를 그렇게 사랑했음에도 썸머에 대해 너무 몰랐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녀가 자신에게 맞춰주고 있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죠.
그녀가 퇴근할 때 일부러 스미스 음악을 크게 틀어 그녀의 시선을 끌려고 했고, 그녀에게 ‘행복의 건축학’ 책을 선물하고,
링고 스타를 좋아하는 그녀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의 음악 취향만을 고집했고, 그녀가 문신을 한다고 하니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찌질하다는 말에 반응하여 폭력을 행사해놓고 너를 위해서였다고 하고,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그녀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말하는데 팬케이크 먹으러 가자하고.
톰이 그녀를 정말 사랑했다면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감해주고, 좀 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줬다면
좋았을 텐데. 썸머가 꿈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으로는 이 이야기는 아무에게나 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은 아무나가 아니다, 역시 그녀는 나의 반쪽이야라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