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1998)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알제리 전투 (La Bataille d’ Alger, 1966)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 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 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아버지(신구)를 모시고 사는 정원(한석규)은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고 있던 8월의 어느 여름날에 사진을 인화하러 온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을 처음 만나게 된다.
단속 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정원의 사진관을 드나들던 다림은 자신만 보면 웃는 아저씨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정원 또한 생기발랄한 다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국영상자료원(KOFA)은 2024년에 설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영화의 연구자, 평론가, 창작자, 영화업계 종사자 등 240인이 뽑은 한국영화 100선 목록을 발표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2006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한국영화 100선은
가장 오래된 극영화 필름인 안종화 감독의 ‘청춘의 십자로 (1934)’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극장 및
온라인 플랫폼,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한국 장편영화(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를
대상으로 2023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세 달간 설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100편의 작품이 선정된 것이다.
이번 한국영화 100선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2022)’과 함께 공동 8위를 차지하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첫 장편 영화로,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시나리오도 허진호 감독이 오승욱, 신동환과 함께 썼다.
죽음을 앞둔 한 남자의 애틋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8월에서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까지 시간 동안의 이야기이다.
겨울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대중적인 축제인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음식을 준비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즐기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주고 받으며 사랑을 나누고 추억을 남기는, 1년 중 가장 행복한 시즌이다.
다림을 처음 만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림과 함께한 행복했던 8월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상을 떠난 정원에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다림은 정원에게 8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영화의 이야기에 큰 갈등도 대단원의 결말도 없이, 그리고 관객들의 눈물을 강요하는 이야기나 장면도 없이 담담하게 전개된다.
정원이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듯, 파출소에서 친구인 철구(이한위)가 말리는데도 소리치며 오열하는 장면과,
자신의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껴 우는 장면을 제외하면, 정원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원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 내고 있다.
정원이 아버지와 요리를 하고, 여동생인 정숙(오지혜)과 수박을 먹고,
아버지와 함께 간 수산 시장에서 회를 뜨는 모습을 바라보고, 자신의 발톱을 깎는 장면을 오랫동안 보여 주는 이유는 이
소소한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죽음을 앞둔 정원에게는 소중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