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
콰이강의 다리 (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1946)
데이비드 린 감독의 작품 세계는 ‘콰이강의 다리’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나뉘어진다.
사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대자연을 배경으로, 주로 롱 숏(long shot)으로 촬영한 웅장한 화면에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담아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영화감독으로 유명하다.
‘콰이강의 다리’ 이후의 작품들인 그의 대표작, ‘아라비아의 로렌스 (Lawrence of Arabia, 1962)’와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 1965)’를 보면, 사막과 설원을 배경으로 한 웅장한 화면들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린 감독은 ‘콰이강의 다리’ 이전에는 웅장한 화면의 스케일이 큰 영화보다는 ‘밀회 (Brief Encounter, 1945)’나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1946)’과 ‘올리버 트위스트 (Oliver Twist, 1948)’와 같은 스케일은 작지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중심의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다. 물론 데이비드 린 감독은 ‘콰이강의 다리’ 이후의 작품들로 유명해지기는 하였지만
‘콰이강의 다리’ 이후의 작품들은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영화의 스케일은 커졌지만 영화의 이야기에서 오는 아기자기한 재미는 없어졌다는 비평을 듣기도 하였다.
‘콰이강의 다리’도 웅장한 화면의 스케일이 큰 영화이긴 하지만, ‘콰이강의 다리’ 이전의 작품 스타일이 많이 남아 있는 영화이다.
그래서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닥터 지바고’에 비하면 영화의 스케일은 조금 떨어지지만, 영화의 이야기에서 오는 아기자기한 재미는 휠씬 더 뛰어나다.
‘콰이강의 다리’는 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전쟁 영화이다. 보통 전쟁 영화는 이야기의 중심을 전쟁에 두고서 전쟁의 참상과 광기를 보여주고 반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콰이강의 다리’는 전쟁보다는 일본군의 포로가 된 한 영국 장교와 일본군 포로 수용소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자존심 싸움을 통해 전쟁의 광기와 반전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니콜슨 중령(Alec Guinness)이 이끄는 영국군 포로들이 ‘Colonel Bogey March’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타이의 밀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일본군 포로 수용소로 행진해 들어온다. 수용소장, 사이토 대령(Sessue Hayakawa)은 영국군 포로들을 이용하여
방콕과 랭군을 잇는 철도 다리를 콰이강 위에 건설하려 한다.
사이토 대령은 제시간에 다리를 완공하기 위해 영국군 모두에게 다리 건설 작업을 강요하지만
자존심 강한 원칙주의자, 니콜슨 중령은 장교에게는 육체 노동을 강요할 수 없다는 제네바 조약을 들어 영국 장교들의 다리 건설 작업을 거부한다.
니콜슨 중령은 자존심과 원칙을 위해 자신뿐만 아니라 부하 장교들의 목숨도 위태롭게 만든다. 사이토 대령은 니콜슨 중령을 기관총으로 위협도 하고
“오븐”에 가두기도 해보지만, 이 일로 다리 건설이 자꾸 늦어지자 결국 니콜슨 중령에게 굴복하고 만다.
니콜슨 중령만큼이나 자존심 강한 사이토 대령이 니콜슨 중령에게 굴복하고 남몰래 우는 모습은 웃기기까지 하다.
니콜슨 중령은 다리 건설을 놓고 사이토 대령과의 자존심 싸움을 계속하고,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니콜슨 중령은 영국군의 긍지와 자존심을 위해 일본군보다 더 나은 다리를 건설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일본과 전쟁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다리를 제시간에 완공하기 위해 병동에 있는 환자들을 다리 건설 현장으로 내몰기도 한다.
영국 군의관, 클립튼 소령(James Donald)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적군에게 협력하는 것이고 반역 행위라고 말하자
니콜슨 중령은 언젠간 전쟁은 끝날 것이고, 전쟁이 끝난 후에 이 다리를 사용할 사람들이 이 다리는 영국군이 지은 다리라고 기억해줄 것이라고 대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