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1937)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1937)
3차원 애니메이션이 판을 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보여준다면 과연 어떤 반응들을 보일지 궁금하다.
아마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총 상영 시간인 83분을 참고 영화를 끝까지 보는 아이들은 없을 것 같다.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보면,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그림은 조금 조잡스러우며,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다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1998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AFI’s 100 Years…100 Movies)”에서 49위를, 새로이 선정한 2007년 10주년 기념판에서는 15단계 상승한 34위를 차지한 영화이다.
장편 애니메이션이 종종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고, 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이
신설되어 올해도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가 수상을 하는 등, 장편 애니메이션이 영화의 한 장르로서
점점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오늘날 대중 문화의 흐름을 보면, 오늘날 장편 애니메이션의 시조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위대한 미국 영화 100″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만은 않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위대한 미국 영화 100″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단지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제작자인 월트 디즈니의 천재적인 통찰력과 창의성, 끈기와 인내로 창조해낸
당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리고 이후 수많은 영화들에 영감을 준 새로운 영상과 형식으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혁신적인 영화이다.
기존의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미키 마우스나 도널드 덕을 중심으로 한 개그 위주의 6~10분짜리 단편작이었다.
월트 디즈니가 그림 형제의 ‘백설 공주’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상영 시간이 90분 가까이 되는 애니메이션을 누가 보겠느냐며 바보짓이라고 조롱했다.
이들은 아마도 월트 디즈니가 기존의 단편 애니메이션의 형식에서 상영 시간만 늘릴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는 기존의 단편 애니메이션의 형식뿐만 아니라 원작과도 전혀 색다른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만들었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원작과는 달리 백설 공주(Adriana Caselotti)와 백마 탄 왕자(Harry Stockwell)의 이야기가 아니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백설 공주와 백마 탄 왕자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보면 무지 재미없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일곱 난쟁이들과 백설 공주를 따르는 온갖 동물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화이다.
월트 디즈니는 원작의 이야기가 영화로 옮기기에는 너무나 짧다는 것을 깨닫고, 백설 공주가 아닌 일곱 난쟁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이야기를 구상한다. 월트 디즈니는 일곱 난쟁이들에게, 원작에는 나오지 않는 이름을 부여하고
백설 공주가 일곱 개의 조그만 침대에 새겨진 이들 이름만으로 처음 보는 일곱 난쟁이들 각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댈 수 있을 정도로 이름에 걸맞는 캐릭터와 이미지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와 이미지에 맞는 개그들을 개발하여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백설 공주를 따르는 온갖 동물들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개그들을 보여주는데, 동화인 원작보다도 더 동화 같은 장면들을 연출한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기존의 단편 애니메이션과는 깊이가 다른 영화이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애니메이션도 관객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준 영화이다. 관객들에게 개그 위주의 웃음뿐만이 아니라
왕자가 백설 공주에게 ‘One Song’을 불러주는 장면에서는 사랑을, 백설 공주가 숲 속에서 겁에 질린 장면에서는 공포를
일곱 난쟁이들과 동물들이 백설 공주의 관 앞에서 우는 장면에서는 슬픔을, 왕자의 키스로 백설 공주가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환희를 느끼게 해 준다.
월트 디즈니는 일곱 난쟁이들과 백설 공주를 따르는 동물들의 이야기에 노래를 결합한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여 관객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