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봉인 Det Sjunde Inseglet 1957
제7의 봉인 Det Sjunde Inseglet 1957
‘제7의 봉인’에서 사랑이 충만한 광대 부부와 대조를 이루는 대장장이 부부와, 타락한 사제 라발(Bertil Anderberg)은 인간의 나약함과 변덕스러움, 인간성의 타락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제7의 봉인’에서 젊은 처녀(Gunnel Lindblom)는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젊은 처녀는 영화 내내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하지만 페스트에 걸려 죽어 가는 라발에게 물을 갖다 주려 하는데, 고통받는 자에 대한 그녀의 동정은 총체적이고 사심이 없다.
아무말 않는 젊은 처녀가 피안의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기사보다 오히려 조금 더 멀리 보는 것 같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기사의 아내 카린(Inga Landgre)이 ‘요한 묵시록’을 읽는 중에 사자가 문을 두드리면서 찾아오자
젊은 처녀는 마치 사자를 기다린 듯이 사자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말한다.
젊은 처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사는 죽는 순간의 그리스도가 한 마지막 말을 상기시킨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어요.”
기사와 옌스, 대장장이 부부와 젊은 처녀는 천둥 속에서 가까스로 기사의 성에 도착한다.
페스트에도 불구하고 성에 남아 남편을 기다린 카린은 식사를 하는 이들에게 ‘요한 묵시록’을 읽어 준다.
카린이 읽은 ‘요한 묵시록’ 구절은 처음 세 천사의 나팔로 야기된 천상의 표지와
재앙을 묘사하면서 침묵이 끝났음을, 사자가 기사에게 한 약속이 이루어졌음을 나타낸다.
불안한 상태는 신의 어떤 “계시”로도 해소되지 않는다.
신은 인간들에게 말하지 않고
오로지 사자만이 조용히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을,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러 오는 이들을 찾으러 온다.
자신의 죽음을 유예하면서까지 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결국 신의 침묵에 절망한 기사는
죽음의 문턱에서조차 마지막 기도를 한다.
이는 어떠한 것도, 신의 침묵조차도 잠재우지 못하는, 보다 우월한 결정 기관 옆으로 몸을 피하고 싶은 인간 내면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기사의 도움으로 사자에게서 벗어난 광대 가족이 빛이 쏟아지는 새벽에 다시 길 떠날 준비를 하던 중, 요프는 미아에게 아직 어둡고 번개치는 지평선을 가리킨다.
지평선 위로 사자가 죽음의 춤을 추는 그들의 옛 친구들을 데리고 가고 있다.
요프의 마지막 환영은 죽음의 춤이 지나감을 환기시키고, 요프의 마지막 대사는 어린양에 의한 제7의 봉인의 개시 바로 직전에 이루어지는 ‘요한 묵시록’ 본문을 제마음대로 설명한다.
“그들이 멀어지고 있어. 그러는 동안 자비의 비는 그들 얼굴에 묻은 눈물의 쓰라린 소금기를 씻어주고 있어.” –
“왕좌에 있는 어린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어 그들을 생명의 샘으로 데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은 그들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이다.”(‘요한 묵시록’ 7,17)
그러자 미아가 요프에게 한심하다는 듯 말한다. “당신이나 당신의 환영이나!”
‘제7의 봉인’은 요프를 향한 미아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신학적 사고의 추구를 과감히 벗어난다.
이 신학적 사고가 미아가 구체화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망각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