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PARASITE 2019
기생충 PARASITE 2019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기택과 기우, 기정이 동익의 집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의 반지하 집을 향해 망연자실 폭우 속을 걸어가는 장면이다.
익스트림 롱 숏으로 찍은 장면은 마치 지옥을 향해 내려가는 듯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세 사람을 보여 준다.
온 식구가 동익네 가족에 취업하여 잠깐 동안이나마 계급 상승의 꿈에 도취해 있던 기택네 가족이
문광과 근세의 등장으로 인하여 원래 자신들이 속했던 계급으로 하강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 사람은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 폭우로 흙탕물에 잠긴, 그야말로 지옥으로 변해 버린 자신들의 반지하 집에 이른다.
침수지역 수재민들이 줄지어 잠든 학교 체육관에서 기우는 민혁이가 준 산수경석을 품에 안고 있다.
기택이 돌은 왜 그렇게 껴안고 있냐라고 묻자 기우는 얘가 자꾸 나한테 달라붙는다라고 대답한다.
“가정에 많은 재물운과 합격운을 몰고 온다는 상징적인” 산수경석은 기우의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을 상징한다.
하지만 기우는 자신에게서 산수경석을 뺏은 근세에 의해 산수경석에 머리를 두 번이나 찍혀 머리가 깨지고 만다.
그리고 ‘기생충’의 마지막에, 지하 비밀공간에서 숨어살고 있는 아버지에게 쓴, 그러나 아버지에게 전할 수도 없는
편지를 읽는 기우의 목소리와 함께, 기우가 체념한 듯 산수경석을 맑은 시냇물 속에 내려놓는 장면이 나온다.
계급 상승이나 계층 이동이 점점 불가능해져 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우의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은 그저 공상일 뿐이다.
‘기생충’을 보면 기택네 식구들의 대사에서 유난히 “계획”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충숙, 기정, 기우가 기택에게 계획이 뭐냐고 묻는 장면들이 나온다.
기우는 아버지에게 보낼 수 없는 편지에서 돈을 아주 많이 벌 계획을 세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택네 가족에게 계획은 없다.
기택네 가족이 계급 상승을 위해 아무리 “근본적인” 계획을 세워도 계급 상승이나 계층 이동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상층 계급과 하층 계급의 구분이 점점 뚜렷해지는 신분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져 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 상승은 거의 불가능하다.
침수지역 수재민들이 줄지어 잠든 학교 체육관에서 기우가 계획이 뭐냐고 묻자 기택이 대답한다.
“너,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 줄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되거든, 인생이.
여기두 봐봐. 이 많은 사람들이 오늘 떼거지로 체육관에서 잡시다 계획을 했었겠냐? 근데 지금 봐. 다 같이 마룻바닥에서 처자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고. 그러니까 계획이 없어야 돼, 사람은.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잘못될 일도 없고,
또, 애초부터 아무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다 상관없는거야. 사람을 죽이건 나라를 팔아먹건. 씨발, 다 상관없다 이 말이지,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