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 Fahrenheit 911 2004
화씨 911 Fahrenheit 911 2004
국군 모집원들이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만을 찾아 젊은이들에게 입대를 종용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러한 끔찍한 현실 앞에서 부시 대통령은 참전 군인들의 봉급과 이들 가족에게 주는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퇴역 군인들이 받아야 할
의료 보험과 같은 각종 혜택을 위한 지원금 증액을 반대하고, 기업 경영진들은 이라크 석유와 이라크 재건 사업으로 이윤을 창출할 궁리만 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화씨 911’에 직접 출연도 하여 개그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아이스크림 차를 타고 워싱턴을 돌아다니면서 국회
의원들이 읽어 보지도 않고 국회를 통과시킨 “애국법”의 조항을 국회 의원들에게 직접 읽어 주기도 하고, 국회 의원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자제들을 입대시켜 이라크에 보내라고 설득하기도 한다.
‘화씨 911’은 미국의 정치와 사회 문제를 다룬 미국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내용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쟁의 비극과 사회의 불평등, 거대 자본의 유착 관계, 소외 계층의 희생과 같은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문제이다.
“조지 오웰은 이렇게 썼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지 일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란 불가능하다.
전쟁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전쟁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계층 사회는 가난과 무지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이 새로운 변형은 과거이고, 다른 과거는 있을 수가 없다.
원칙적으로 전쟁은 사회를 궁핍한 상태로 두기 위해 계획된다. 전쟁은 지배 집단이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이며,
전쟁의 목적은 유라시아나 동아시아와 싸워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있다.”
이러한 보편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화씨 911’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많은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우리의 경우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편집으로 인한 효과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의 실정을 제쳐두고서라도, ‘화씨 911’에 나오는 부시 대통령의 언행들은 어떻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우리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에 대선을 앞두고 연설을 하는 영상들이나 텔레비전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상들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들도 부시 대통령 못지않다.
그리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들도 ‘화씨 911’에서 보여주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의혹들 못지않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힘이 컸다.
우리는 비상식적인 보수 언론에게 속은 것이다.
‘화씨 911’의 마지막 장면에서 부시 대통령은 어느 연설에서 말한다. “테네시에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남을 속이는 자, 창피…창피한 줄 알라. 한번 속지 두 번 속으랴.”
이에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말한다. “이번에는 우리도 동의한다.”
‘화씨 911’은 2004년 대선을 약 4개월 앞두고 개봉이 되었는데, 마이클 무어 감독의 이 마지막 내레이션에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아 보려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재선되었고, 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때쯤 미국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았다.
지금 우리도 대선을 약 3개월 앞두고 있다.
우리는 4년 전에 한나라당(지금은 새누리당)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4년 동안의 실정을 제쳐두고서라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비상식적인 언행들을 보아 왔다.
그런데도 또다시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것인가?
이번에는 적어도 상식이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제발 우리는 두 번 속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