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 1975
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 1975
뜨거운 오후는 단순한 영화 이상의 무게를 지닌 작품으로, 1972년 8월 22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야기는 이미 결말이 알려진 상태에서 시작되지만, 그 과정은 단연코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소니는 체포되고, 샐은 경찰의 총에 맞아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이러한 결과로 향하는 순간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며 보는 이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특히 FBI 요원 쉘던과 머피가 소니와 경찰의 긴박한 대치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는 모습은 영화 내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이들의 냉정한 침묵은 상황의 긴박감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며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단순히 묵직하고 진지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뜨거운 오후는 긴장감에 웃음을 절묘하게 엮어낸 희극적 요소를 지닌 영화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오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웃기다는 단순히 재미있다는 의미뿐 아니라, 황당하고 어이없음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인질로 잡힌 은행 직원 실비아가 경찰이 구조하려 하자 다시 은행 안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영웅심 넘치면서도 희극적으로 보이고, 피자 배달원이 난 진짜 스타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더한다
영화는 은행 앞에 모인 군중들로 시선을 확장한다
시위하듯 아티카를 외치며 소니를 지지하는 군중과 미디어의 태도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미디어는 소니를 반사회적 영웅으로 부각시키며 사회의 불합리함과 도덕성의 결여를 은연중에 비판한다
이는 시드니 루멧 감독이 이후작 네트워크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주제와도 연결된다
영화는 뉴욕의 따분하고 답답한 생활상을 담백하게 그려내며 시작된다
오프닝 장면에서 우리는 특별한 사건이나 진전 없이 도시의 일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 평범한 서두는 결국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느릿함과 답답함을 풍자함으로써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등장인물들은 선악의 구분 없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성을 드러낸다
소니의 고뇌는 그가 동성애자 연인 리온과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더욱 오롯이 드러난다
그는 현대 사회 속에서 밀려드는 복잡한 문제들과 억압된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들을 대표한다
강도 행위라는 극단적인 행동 뒤에도 그저 사람들 사이의 크고 작은 문제들과 연결된 한 개인의 속내가 자리한다
그는 인질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은행 경비원의 천식을 신경 쓰며, 지점장의 당뇨병 상태까지 챙기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그리고 옆에서 소리만 지릴 뿐인 아내와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어머니까지 소니의 심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마침내 엔딩은 공항에서 소니와 샐의 탈출 시도로 이어진다
그러나 샐은 FBI 요원 머피가 쏜 총에 사망하고, 소니는 체포된다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 순간, 그의 표정에서는 오히려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아카데미상 후보로 올라갔던 뜨거운 오후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서 인정받았지만, 결국 각본상 하나만 수상했다
이는 이 영화가 가진 참신한 서사와 깊이 있는 이야기 전달 방식이 가장 강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