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전차 Chariots of Fire 1981
불의 전차 Chariots of Fire 1981
애정의 조건 Terms of Endearment 1983
반젤리스의 유명한 음악을 배경으로, 맨발로 해변을 달리는 젊은 육상 선수들을 담은 오프닝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 ‘불의 전차’는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의 육상 선수들, 해럴드 에이브러햄스(Ben Cross)와
에릭 리델(Ian Charleson)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다.
각각 100m와 4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이 두 선수의 이야기에서는 젊음의 패기, 집념, 그리고 신념이 강렬하게 그려진다.
실존 인물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과 달리 극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상당 부분 허구화되었다.
예를 들어, 극 중 케임브리지 대학의 선수로 등장하는 앤드류 린제이 경(Nigel Havers)은 실제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400m 허들 금메달리스트인
David Burghley 경을 모델로 한 가상의 인물이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오브리
몬테규(Nicholas Farrell)는 영화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생으로 설정되지만, 실제로는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었다.
더불어 영화에서는 해럴드 에이브러햄스가 파리 올림픽의 200m 경기에 홀로 출전해
꼴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실제로 에릭 리델도 이 경기에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영화 ‘불의 전차’는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해럴드 에이브러햄스와 에릭 리델,
두 선수가 각각 금메달을 따는 과정을 교차적으로 묘사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리투아니아 출신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 해럴드 에이브러햄스는 유대인으로서 겪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기 위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집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에릭 리델에게 첫 대결에서 패배한 뒤 전문 코치 샘 무사비니(Ian Holm)를 고용하고 혹독한 훈련을 이어간다.
반면, 선교사의 아들로 중국에서 자란 에릭 리델은 뛰어난 재능과 불굴의 신념으로 스코틀랜드의 가장 빠른 사람이라 불리며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그는 여동생 제니(Cheryl Campbell)와, 육상 대신 중국 선교에 헌신하라는 갈등을 겪게 된다.
이야기의 순수함 속에서도 영화는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두 주인공은 각자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스포츠맨십을 잃지 않는다.
해럴드 에이브러햄스는 유대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영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드높이기 위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편, 에릭 리델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금메달에 도전하면서도 100m 결승이 일요일에 열리자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결단을 내린다.
이를 본 앤드류 린제이는 자신의 400m 출전권을 양보하며 우정을 보여주고, 미국 선수 잭슨 숄츠는 에릭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감동을 더한다.
영화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기숙사 사감(John Gielgud)의 대사처럼 덧없이 지나가는 인생 속에서도 신념을 지킨 이들의 영광이 어떻게 후대에까지 전해질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해럴드 에이브러햄스를 기리는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되며, 영광의 순간들을 회상하는 구조로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육상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달리기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휴 허드슨 감독은 느린 화면 처리와 함께 반젤리스의 웅장한 음악을 결합해 그 감동을 극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