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4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4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 The Treasure of the Sierra Madre 1948
미·소 냉전 시대에는 “상호 확증 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라는 핵 전략이 미국 정부에 의해 실제로 채택되었으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종말 병기(Doomsday Machine)”라는 가상의 개념도 도입되었다.
이 전략은 적의 핵 공격에 즉각적인 보복을 통해 양측 모두를 파멸시킬 가능성을 내포하며, 역설적으로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종말 병기가 오작동하거나 오용된다면 어떨까? 이 질문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블랙 코미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통해 강렬하게 풍자된다.
이 영화는 상호 확증 파괴와 냉전 시기의 비이성적 심리를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블랙 코미디란 사회의 부조리나 모순을 비판적 시각으로 조명하는 풍자적 희극이다.
개인적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보다도 웃기면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비록 핵무기가 사라지고 영화의 극적 설정이 더 이상 현실과 맞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이 작품은 블랙 코미디 장르의 대표작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영화는 극단적인 반공 이념에 사로잡힌 잭 리퍼 장군(Sterling Hayden)이 소련 침공 명령을 내리며 시작된다.
그의 명령에 따라 핵폭탄을 실은 34대의 B-52 폭격기가 소련으로 향한다.
미국 대통령 머킨 머플리(Peter Sellers)는 상황실에서 벅 터지슨 장군(George C. Scott)과 드 새디스키 소련 대사(Peter Bull)
독일계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Peter Sellers)와 함께 사태를 해결하려 애쓴다.
그러나 리퍼 장군은 암호를 공유하지 않은 채 자살하고, 그의 부관인 맨드레이크 대위(Peter Sellers)가 끝내
암호를 찾아내면서 소련 공격 명령을 취소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통신 문제로 일부 폭격기는 명령 취소 사실을 전달받지 못하고 소련에 핵폭탄을 투하하게 된다.
영화의 무대는 몇몇 주요 공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리퍼 장군의 사무실, B-52 폭격기의 좁은 조종실, 그리고 펜타곤의 전쟁 상황실이 주요 배경이다.
세트 디자인과 특수효과는 다소 조잡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단순함이 영화의 풍자적 매력을 더한다.
특히 피터 셀러스는 세 가지 역할(대통령, 맨드레이크 대위, 스트레인지러브 박사)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탁월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원래 콩 소령 역할까지 맡을 예정이었지만 텍사스 억양 구현의 어려움으로 그 자리를 슬림 피켄스가 대신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괴팍하고 독특하지만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로 웃음이 배가된다.
조지 C. 스캇이 연기한 터지슨 장군은 특히 압권이다. 평소 진중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그의 엉뚱한 표정 연기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사소한 행동과 대사조차도 강렬한 풍자와 유머로 승화시키며 냉전 시기의 비합리성을 비판한다.
결국 소련의 종말 병기가 작동하면서 핵폭발이 시작되고, 인류 파멸의 막다른 길로 치닫는다.
그 와중에도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는 지하에 방사능 피난처를 건설하고 번식을 통해 인류를 재건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터지슨 장군 역시 “수직 갱도 격차(mine shaft gap)를 소련에 내주면 안 된다”며 성적 욕망이 담긴 논쟁을 공공연히 펼친다.
이러한 모습은 냉전 시대의 무기 경쟁과 성향을 꼬집으며 웃픈 현실을 은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