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베스트 공포영화 장화홍련
내 인생 베스트 공포영화 장화홍련
인시디어스 1 감상후기 (Insidious, 2010)
장화홍련이 나왔을 때, 당시에는 공포영화를 상당히 많이 봤었다.
한국, 일본, 미국, 귀신, 살인마 가리지 않고 워낙에 좋아하던 탓에 영화관에서 곧잘 보고는 했다.
그런데 소리만 질러대는 공포 영화를 좋아했었던 내가 장화홍련을 보고 취향이 살짝 바뀌었다.
무서운 장면이 많은 것보다 스토리 위주의 공포 영화가 더 기억에 잘 남고 다시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솔직히 무서운 장면이 많은 영화가 더 무섭기는 하지만 막상 영화가 끝나면 특정 장면만 기억에 남더라.
한국의 공포영화는 대부분이 시시하다, 연기력 말고는 볼게 없다, 하나도 안무섭다 등등
조금 인기가 떨어지는 편인데 개인적으론 아랑(2006년)이나 기담(2007), 장화홍련 정도라면 수준급이라고 본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대표 공포영화 중 하나, 장화 홍련에 대해서 글을 써본다.
공포 영화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어두컴컴한 밤, 그리고 무서운 집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장화홍련은 초반부에 매우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고 낡은 저택은 약간 무거우면서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동시에 아름다움도 함께 풍긴다.
초중반까지 임수정이 동생과는 사이좋은 모습, 그리고 새엄마와는 갈등구조를 보이는데 이 모습이 마치 배경과도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이런 모습 저런 모습, 얽혀있고 이중적인 모습이 깔려있다.
새엄마와 아이들 사이가 안좋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집안 분위기가 영 이상하다.
필요 이상으로 겁먹은 모습을 보이는 동생(문근영). 따뜻하면서도 까칠하며 자기방어적인 언니(임수정).
새엄마와 아이들 그 사이에서 묵묵히 할 일만 하는 아빠(김갑수). 무서울 정도로 이상한 새엄마(염정아).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 분위기에 의문을 품고 있다가 영화가 끝난 후 한조각 한조각씩 다시 맞추어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반전이 드러나고 진실이 밝혀져도 자연스레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이 영화를 거의 5번 정도는 봤는데. 매번 볼 때 마다 “역시 명작이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엄마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비정상적이고 가식적인 새엄마의 못된 모습들을 100% 표현해냈다.
임수정의 상처받아 연약하면서 동시에 강박적이고 적대적인 모습을 연기한 것도 무서울 정도로 좋았다.
처음에 영화를 봤을 땐 문근영의 연기가 조금 묻힌 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
문근영도 연기를 매우 잘했다.
초반부터 불쌍하고 약한 모습으로 일관됐었지만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보면 다시 보인다. 왠지 무섭다고 해야할까.
이 영화는 너무 슬프다. 자매가 불쌍하다며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리는 그런 슬픔이 아니라 마음 한 구석에 애잔하게 쓰리게 슬프다.
마지막에 임수정(언니 역)이 집에서 나와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은 마음 속이 아프면서도 이상하게 약간의 개운함이 느껴진다.
무서운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지막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
<장화홍련>은 한국 공포영화에 큰 관심이 없어 보지 못했다면 꼭 봐야할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