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2014)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2014)
올해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들은 가장 감동적인 수상 소감은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그레이엄 무어의 수상 소감이었다.
“제가 16살이었을 때 전 자살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꼈고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고,
제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전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미테이션 게임 전 이 순간이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끼거나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들,
자신이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었으면 합니다….이상해도 괜찮아요,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요.
당신 차례가 오면 이 무대에 서서 다음 사람들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하세요.”
그레이엄 무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16살이었을 때 자살을 하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수상 소감으로 미루어 볼 때 그도 ‘이미테이션 게임’의 앨런 튜링(Benedict Cumberbatch)처럼 사회적 소수자로서,
어렸을 때 힘든 시간을 보냈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레이엄 무어의 수상 소감은 바로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제와 상통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앤드류 호지스가 쓴 전기 ‘앨런 튜링: 에니그마 (Alan Turing: The Enigma)’를 그레이엄 무어가 각색한 영화로,
실존 인물인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마지막에 “튜링의 업적은 과학자들이 “튜링 머신”이라고 불렀던 것에 대한 연구에 영감을 주었는데,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컴퓨터라고 부른다.”라는 자막이 나오기도 하지만,
앨런 튜링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개발한 사람이다.
원래는 앨런 튜링이 쓴 논문의 제목인 ‘이미테이션 게임’은 인간과 컴퓨터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져 컴퓨터의 대답이
인간의 대답에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그 컴퓨터의 인공 지능 지수를 매기는 테스트를 말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이 그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기는 하지만 전기 영화가 아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와 사회의 편견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동성애 혐의로 체포되어 화학적 거세형에 처해지기도 한 앨런 튜링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후보자로서 테스트를 받으러 온 조안 클라크(Keira Knightley)를 대하는 MI6 직원(Tim Van Eyke)의 태도와,
딸이 남자들 속에서 일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조안 클라크의 부모를 통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 시작되는 세 개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으로 전개되는 영화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1951년, 앨런 튜링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맨체스터 경찰서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로버트 녹 형사(Rory Kinnear)는 사건을 조사하면서 미스터리한 인물인 앨런 튜링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영국이 독일과의 전쟁을 선포한 1939년, 앨런 튜링이 일급 기밀 암호 해독 기관이 있는 블레츨리 파크(Bletchley Park)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독일군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암호화 기계인 에니그마(Enigma) – 그리스어로 수수께끼를 뜻한다
를 주요 통신에 사용했고, 영국 정부는 159 뒤에 18개의 0이 붙는 경우의 수를 가진, 사실상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수학자인 앨런 튜링을 비롯, 다양한 분야의 수재들을 블레츨리 파크에 소집한다.
세번째 이야기는 1928년, 학생인 앨런 튜링(Alex Lawther)이 다른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장면과 함께 시작된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앨런 튜링을 따돌리지만, 크리스토퍼 모컴(Jack Bannon)만은 앨런 튜링에게 친구가 되어 준다.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면 그레이엄 무어가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에게 심한 따돌림과 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강하게 비판하는 대사들이 나온다.
앨런 튜링이 학생 시절 다른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장면에서 앨런 튜링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당신은 사람들이 왜 폭력을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죠.
인간들은 만족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죠. 하지만 만족이 사라지면 그 행위는 공허해지죠.”
이 대사는 뒤에 한번 더 나온다. 에니그마 암호 해독에 성공한 직후 앨런 튜링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고
앨런 튜링에게 폭력을 휘두른 휴 알렉산더(Matthew Goode)에게 앨런 튜링이 말한다.
“휴, 사람들이 왜 폭력을 좋아하는지 아나?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지. 때로는 기분이 좋아지는 일만 할 수는 없어. 논리적인 일을 해야만 해.”
그레이엄 무어가 수상 소감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해 주었던 것처럼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도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용기를 주려는 대사가 여러 번 나온다.
크리스토퍼 모컴이 다른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앨런 튜링에게 말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