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타임 (Swing Time, 1936)
스윙 타임 (Swing Time, 1936)
‘스윙 타임’은 조지 스티븐스 감독이 연출하고,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가 출연하는, 당시 최고의 인기 장르였던 뮤지컬 영화이다.
당시의 뮤지컬 영화들이 거의 다 그렇듯, ‘스윙 타임’도 지금 보면 영화의 이야기는 엉성하고 유치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윙 타임’은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가 2007년에 선정한 “위대한 미국 영화 100 10주년 기념판
(AFI’s 100 Years…100 Movies 10th Anniversary Edition)”에서 90위를 차지할 정도로 당시의 다른 뮤지컬 영화들과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전적으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춤과 노래 때문이다.
‘스윙 타임’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춤과 노래는 정말 관객들을 행복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 준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는 총 10편의 뮤지컬 영화에 함께 출연했는데, ‘스윙 타임’은 두 사람이 출연한 여섯 번째 뮤지컬 영화이며,
두 사람이 출연한 뮤지컬 영화들 중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프레드 아스테어는 당대 은막 최고의 댄서였다. 할리우드 최고의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의 진 켈리는
“영화에서의 춤의 역사는 프레드 아스테어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말했다.
프레드 아스테어는 영화에서의 춤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춤을 추는 장면은 가급적이면 편집 없이 단일 숏으로 찍어야 한다고 믿었으며, 화면에 춤을 추는 전신이 나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편집을 하거나 화면에 춤을 추는 몸의 특정 부위만 나온다면 관객들이 춤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고 믿었다.
‘스윙 타임’에서도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가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 편집이 거의 없다.
카메라는 춤을 추는 두 사람의 전신을 비추면서 두 사람의 춤이 끝날 때까지 이들의 동선을 계속 따라간다.
프레드 아스테어가 말했다. “내가 춤을 추거나 카메라가 춤을 추게 될 것이다.”
프레드 아스테어는 엘리노어 파웰, 리타 헤이워드, 시드 채리스 등, 다른 여배우들과도 콤비를 이루어 몇몇 뮤지컬 영화에서 춤을 추기도 하였지만,
프레드 아스테어에게는 진저 로저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춤 파트너였다.
여배우 캐서린 헵번이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에 대해 “그는 그녀에게 품격을 주었고, 그녀는 그에게 성적 매력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는 출연한 영화들에서 마치 자신들의 모든 감정들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듯이 춤을 추었다.
‘스윙 타임’에서 그 대표적인 장면이 프레드 아스테어가 연기하는 럭키 가넷(Fred Astaire)이 진저 로저스가 연기하는 페니 캐롤(Ginger Rogers)에게
‘Never Gonna Dance’를 불러 주면서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인데, 이 장면은 ‘스윙 타임’에서뿐만이 아니라,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콤비가 출연한 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장면이다.
럭키를 사랑하지만 럭키의 약혼녀 마가렛 왓슨(Betty Furness)을 본 페니는 결국 리키 로메로(Georges Metaxa)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럭키도 페니를 사랑하지만 자신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낙담한 럭키와 페니는 힘없이 무대 위를 걷다가 이윽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별을 앞둔 럭키와 페니의 애절한 마음이 춤으로 표현되고 있다.
‘Bojangles of Harlem’과 함께 럭키가 흑인 분장을 하고 춤을 추는 장면도 유명하다.
지금 보면 인종 차별주의적인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장면은 미국의 위대한 흑인 탭댄서 빌 로빈슨(Bill Robinson)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다.
럭키가 거대한 세 개의 실루엣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정말 멋지다.
‘스윙 타임’을 포함한 당시의 뮤지컬 영화들의 목적은 1930년대 공황기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었는데,
‘스윙 타임’에서 맨 처음 나오는 노래인 ‘Pick Yourself Up’은 이 목적에 가장 적합한 노래이다.
럭키는 자신이 댄서라는 사실을 숨기고 첫눈에 반한 댄스 스쿨 강사 페니에게서 춤을 배운다.
럭키가 자꾸 넘어지자 페니가 럭키에게 “다시 일어나 먼지를 털어 내고 다시 시작해요”라는 가사가 붙여진 ‘Pick Yourself Up’을 불러 준다.